[친절한 쿡기자] 어린이의 대통령. 전 세계 110여 개 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인기 캐릭터 뽀로로. 우리 아이도 참 좋아하는데요. 평화로운 뽀로로 마을에서 난데없는 친자 소송이 벌어졌습니다. 만화 속에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뽀로로의 엄마들이 현실에서 나타나 ‘진짜 엄마’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죠.

우선 뽀로로의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뽀로로는 올해 10살인 꼬마 펭귄입니다. 한국 나이로는 벌써 초등학교 3학년생이죠. 뽀로로는 2003년 11월27일 EBS를 통해 처음 전파를 타는 순간부터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같은 해 대한민국 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대상과 문화부장관상을 석권하며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죠.

뽀로로의 인기는 한국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4년 프랑스로 넘어간 뽀로로는 현지 최대 지상파 방송인 TFI에서 평균 시청률 57%로 동시간대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죠. 이후 미국과 중국, 영국, 스페인 등 세계 어린이들이 뽀로로를 만났습니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이 방영할 정도였으니 뽀로로의 인기는 한류스타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크롱과 루피, 에디, 포비로 출발한 뽀로로의 친구들은 지금까지 네 시즌을 방영하면서 패티와 해리, 뚜뚜, 통통이 등 두 배로 늘었습니다.

문제는 뽀로로에게 엄마는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잘 나가는 자식’ 뽀로로를 놓고 공동제작사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만 것이죠. 캐릭터를 제작하고 그리는 ㈜오콘과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각각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느끼며 스스로 생모라고 주장했을 겁니다. 두 엄마는 결국 뽀로로의 친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였습니다. 오콘 측이 2011년 10월 아이코닉스 측을 상대로 저작권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죠.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홍이표)는 31일 원고인 오콘 측의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콘과 아이코닉스의 공동저작권을 인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아이코닉스 측이 캐릭터의 눈동자 위치와 발 모양 등 수정 의견을 제시했고 음악과 음향, 목소리 더빙 작업에 관여한 만큼 뽀로로의 표현 형식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저작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번 친자 소송을 주목했을 전 세계의 아빠와 엄마들은 재판 결과보다 뽀로로가 우리 아이와 계속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을 졸였을 겁니다. 두 엄마는 뽀로로가 세계 아이들과 계속 만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해주실 거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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