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을(乙)을 위한 정치를 선포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저수지론’을 꺼냈다.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다.
김 대표는 한국 경제의 상황을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 차 있는데, 그 아래 논밭은 타들어가고 있는 형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래서는 절대 추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도 을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고 김 대표는 역설했다. 그는 “2011년 2/4분기 이래 지금까지 사상 최초로 8분기 연속 전기 대비 성장률이 ‘0%대’를 기록 중”이라며 “서민과 중산층의 가계부채도 누적돼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했다. 또 “중소제조업체 평균 가동률 80% 이상의 업체 비율은 42%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내놓은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2.3%라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성장률은 마이너스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수치를 나열한 것은 재벌과 소수 부자들을 위한 경제력 집중 성장 지상주의 정책이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국가가 지향해야 할 바를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이라고 적시했다”면서 “여기서 ‘균등하지 않은 부분’은 우리 사회의 ‘갑을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저수지론은 재벌과 전직 대통령 아들의 해외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설립으로도 확장됐다. 김 대표는 “저수지로는 모자라서 해외의 버진 아일랜드 같은 곳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로 흘러간 부분도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래서는 절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저수지의 물이 고여있지 않고 제대로 논밭을 흐르게 하는 것, 그래서 풍년의 추수로 이러지게 만드는 길이 바로 민주당이 말하는 을을 위한 정치”라고 강조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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