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강에서 부활의 강으로' 울산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16일까지

'죽음의 강에서 부활의 강으로' 울산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16일까지

기사승인 2013-06-09 17:16:00


[쿠키 문화] 올해로 7회째를 맞는 ‘2013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운영위원장 김섭)가 6월 5일 개막해 16일까지 11일 동안 전시에 들어갔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도시 중심에서 치러지는 국내 유일의 국제설치미술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매년 다른 주제로 환경과 도시 그리고 인간의 조화로움을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5일 오후 7시 태화강 둔치 특설무대에서 식전, 식후 공연과 함께 화려한 개막식을 가졌다. 개막 식전행사는 퍼포먼스 그룹 소로(SORO)팀의 현대무용가 라마시몬과 프랑스 뮤지션 에릭 드메이(Eric Demay)의 공연이 펼쳐졌으며, 개막 본 공연은 설치미술제 초대작가이자 퍼포머인 신용구의 ‘꿈의 조각들을 모으다’가 선보였다.

마지막 공연은 시민과 함께하는 만시간 크루 공연팀의 포이쇼(Poi Show)였다. 일명 뉴질랜드 전통 민속놀이이자 ‘불쇼’로 잘 알려진 포이쇼는 야간 개장 중인 야외설치미술제를 배경삼아 불로 하늘에 드로잉 하듯 다이나믹한 장면을 연출해 탄성을 자아냈다.

이번 미술제의 주제는 ‘생명의 고리(The Circle of Life)’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태화강은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이전까지 태화강은 급격한 산업의 발달로 ‘죽음의 강’이라고 불릴 만큼 오염된 하천이었다. 2002년 이후 강을 되살리려는 울산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지금은 연어가 돌아오고 수영대회를 개최할 만큼 밝은 강으로 탈바꿈했다.

이런 자연회생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2007년부터 시작된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현재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작품을 편하게 즐기는 ‘생명 중심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 속에 묻혀 자연을 잊고 사는 우리들의 생명력을 되살리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그렇게 무뎌져 가는 생명의 약동을 일깨워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초대작가 중 한국 최고의 설치미술가로 잘 알려진 이승택의 ‘바람놀이’는 태화강변을 따라 100m 길이의 동아줄을 대나무로 세워 5m의 천조각 100개를 매달아 장관을 연출했다. 마치 머나먼 세월을 거슬러온 태화강 바람이 현재의 도심에 새로운 생명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 형상이다. 조각가 김경민의 ‘만남(사진)도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 ‘아이리스 1’에서 김태희 친구로 불렸던 배우 김혜진도 이번 설치미술제로 정식 미술가로 데뷔해 눈길을 끈다.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짜임새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사방 25m 면적에 수십 개의 기둥을 세우고 기저귀 천 수백 장을 널어서 유년시절 엄마와 함께 했던 소중한 가족애를 표현했다.

또 지난해 ‘시민이 뽑은 최고 인기작가상’을 수상했던 김연식 작가는 태화강변 십리대밭에서 채취한 200여개의 왕대나무로 거대한 설치물을 완성해 눈길을 모았다. 이처럼 올해에는 태화강 혹은 태화강의 바람을 직간접적으로 해석한 작품이 많았다는 점이 큰 특징으로 드러났다.

한국 영국 프랑스 벨기에 호주 홍콩 등 10여개국 100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설치미술제에는 45점의 작품이 설치되고, 미디어박스에선 영상과 공휴일엔 행위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미술제’를 표방하는 이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의 현장에는 시민이 인기작가를 직접 뽑을 수도 있고, 개인 혹은 가족단위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미술제를 총괄 기획한 김윤섭 예술감독은 “이번 ‘생명의 고리’라는 주제처럼 모든 관객들이 미술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지혜를 갖게 되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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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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