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교육 현장에서 진실과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 발끈한 것과 관련, 교사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고교생 응답자의 69%, 한국전쟁은 북침’이란 11일자 서울신문 기사를 인용했는데, 전교조는 “정말 역사 선생님들이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앞머리에서 “얼마 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번 한 번이 아니라 매년 여론조사에서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잘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가져야 할 기본 가치와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분들의 희생을 왜곡시키는 것으로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흥분했다. 박 대통령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깨알’ 주문을 내놓는 박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특히 목소리가 고조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역사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용어 혼돈에서 온 헤프닝”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서울신문의 설문문항에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됐다”면서 “북침(北侵)이란 단어에 대해 대다수 학생들은 북쪽‘이’ 침략한 것인지, 북쪽‘을’ 침략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적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마저도 “설문조사가 ‘한국전쟁은 북침인가, 남침인가’라는 문항으로 설계돼 많은 학생들이 ‘북침’을 ‘북한의 침략’으로 오인할 개연성이 컸다”며 “실제 설문기관도 그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결과를 확대해석하거나 침소봉대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11일자 서울신문 1면 기사 역시 “학생들은 북침과 남침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헷갈리거나 전쟁의 발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썼다. ‘북침’을 ‘북한이 침략한 것’이라고 혼선을 일으킬 수 있음을 반영한 문장이다.
박 대통령이 6·25만 언급하고 다른 현대사의 쟁점들은 뺀 것도 논란이다. 전교조는 “종편의 5·18 역사왜곡과 역사왜곡에 앞장섰던 일부 보수 인사들의 교과서 집필에는 눈감으면서 헤프닝 수준의 설문결과를 놓고 한국전쟁에 발끈하는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전교조는 박 대통령을 향해 “역사 교육의 문제는 청와대에 학생 몇 명만 불러서 물어보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서울신문의 기사 역시 6·25 남침 북침만 전달한 게 아니다. 나흘에 걸쳐 <위기의 한국사 교육> 시리즈로 나간 기사에는 ‘부정선거 또는 군사정권의 장기집권 등에 반해 일반 시민들이 일으킨 운동이 아닌 것은?’이란 질문에 4·19, 5·18, 6·10을 꼽은 학생들도 많았다. ‘4·19 혁명은 전두환 정권에 반발한 사건이다’를 두고 OX를 묻는 질문에도 ‘O’란 대답이 배 이상 많았다.
민주당 역시 “청와대는 역사 교육을 시키려면 똑바로 시켜라”라고 논평을 냈다. 논평은 “청소년들의 국어 교육과 한자 교육의 미숙함, 여론조사의 맹점에서 비롯된 단순 사안을 ‘역사와의 전쟁’ 수준으로 격상시켜 대통령 입맛에 맞춰 ‘말씀자료’에 까지 올리고 대통령은 정색하고 발언한 것이 문제”라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인 청와대의 수준이라면 정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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