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X세대 등장한 1994년 어떻게 그릴까? [문화·스포츠편]

‘응답하라 1994’ X세대 등장한 1994년 어떻게 그릴까? [문화·스포츠편]

기사승인 2013-06-21 21:33:01


[쿠키 연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ㆍ연출 신원호ㆍ이하 ‘응답 1994’)의 주요 라인업이 공개됐다. 여주인공은 배우 고아라가, 남자 주인공은 유연석, 정우, 김성균 등이 맡는다. 이외에도 아이돌 B1A4의 바로와 타이니지의 민도희 등이 출연한다.

‘응답 1997’ 보다 3년 전의 이야기를 다룰 1994년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사회 전반을 휩쓸었던 사건과 음악을 비롯한 문화ㆍ스포츠 부분으로 나눠 찾아봤다.

X세대 대중문화 코드 - ‘서태지와 아이들’

1988년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대학가를 억누르던 최루탄의 연기는 옅어졌다. 1990년대로 들어서며 자유의 가치는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386이 정치 민주화에 힘쓴 세대로 정의된다면 90년대 초중반을 보낸 10대와 20대는 ‘X세대’로 명명된다. 이 용어는 태평양에서 남성용 화장품 트윈엑스를 시판하며 광고 문구로 사용했고 보편화됐다. X세대는 문화세대와 신세대로 불리며 기존의 질서와 가치 대신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창조했다.

X세대에게 전에 없던 새로움을 눈뜨게 해준 대중문화 제일의 코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문화대통령으로 불린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2년 데뷔 앨범 ‘난 알아요’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랩’을 통해 가사를 표현하는 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X세대는 열광했다. 1집은 134만여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KBS ‘가요 톱 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난 알아요’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문화 패러다임을 바꾼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 형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4년 발매한 3집 ‘발해를 꿈꾸며’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전 앨범에서 다룬 사랑이야기를 넘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표출한 앨범이었다. ‘발해를 꿈꾸며’는 통일 문제를, ‘교실 이데아’는 교육 현실을,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마약 문제를 꼬집었다. 당시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 ‘내 피가 모자라’처럼 들린다는 소문이 PC통신을 통해 퍼졌고 사탄설까지 나도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130만여 장의 앨범을 판매했고 대한민국 학계와 언론계가 뽑은 ‘광복 50년 한국을 바꾼 100인’에 가수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벙거지 모자와 장갑, 빨간색 체크무늬 스커트, 헐렁한 멜빵 바지 등 패션 유행도 선도했다. 팬들은 ‘잇 아이템’을 사기 위해 서울 이태원으로 상경하는 것도 마다치 않았다.

이외에도 대중음악계는 94년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서른 즈음에’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명작이 실린 김광석의 네 번째 앨범이 발매됐고 듀스는 ‘여름 안에서’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박미경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조관우의 ‘늪’ 까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명곡들이 94년에 대거 쏟아졌다.

1994년 대중문화 코드 - ‘마지막 승부’ ‘농구대잔치’

94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한 MBC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는 당대 신세대 스타 장동건과 손지창을 투톱으로 내세웠다. ‘슬램덩크’ 만화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던 ‘농구’를 소재로 선택했고 열정 가득한 청춘들의 승부와 우정, 사랑을 숨 가쁜 전개로 펼치며 이전 드라마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마지막 16부는 48.6%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청춘 드라마를 넘어 전 국민이 즐기는 드라마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승부’를 통해 가장 큰 득을 본 배우는 정다슬 역의 심은하였다. 심은하는 장동건과 손지창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조신하고 맑은 캐릭터를 선보였다. 9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심은하는 1년 만에 ‘다슬이 신드롬’을 낳으며 톱스타로 떠올랐다. 지금의 ‘수지 앓이’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열풍이었다.

또한 94년은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흥행에 힘입어 ‘농구대잔치’가 가장 흥한 해였다. 1983년부터 시작한 농구대잔치는 농구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아마추어 농구대회로 94~95 시즌에는 총 40여만 명이 농구장을 찾아 역대 최고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특기할만한 점은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기아농구단의 아성을 94~95 시즌에서 연세대가 꺾었다는 사실이다. 기아농구단의 허재, 강동희, 한기범 등이 연세대의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에게 무릎을 꿇은 것. 대학팀이 실업팀을 상대로 첫 우승을 차지하며 ‘꽃미남’ 농구스타들은 탤런트 못지않은 소녀팬을 몰고 다녔다.

1994년의 또 다른 일들, 그리고 ‘타입캡슐’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199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는 LG 트윈스가 태평양 돌핀스를 꺾으며 1990년 첫 우승을 차지한 이래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또한 94년 6월에는 미국에서 월드컵이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단 2장의 티켓이 주어진 30여 아시아 국가 중 ‘도하의 기적’(일본에서는 ‘도하의 비극’으로 부르는 골 득실 게임)을 통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소설가 이우혁은 판타지소설 ‘퇴마록’을 발간해 판타지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고 작가 박경리는 대하소설 ‘토지’를 완간했다.

그리고 11월 29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서울 1000년 타임캡슐’이 만들어졌다. 서울시가 수도로 정해진 지 600년이 되었음을 기념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캡슐이었다. 1394년 조선의 한양으로 시작해 일제 강점기 경성을 거쳐 대한민국 서울로 담긴 것이다. 기저귀와 담배, 워드프로세서, 피임기구, 공무원 급여명세서, 초중고 시험지. 주요 작물 씨앗, 화투 그리고 당시의 이동용 통신 수단 삐삐 등을 묻었다. 개봉은 1994년 기준으로 400년 뒤인 2394년 11월 29일이다. 타임캡슐을 묻은 지 이제야 20여 년이 지났다. 개봉 전까지는 380여 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때야말로 ‘응답하라’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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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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