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평소 숫자 건망증이 심해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온 이모(25)씨. 언제부턴가 자신의 휴대번호 말고는 숫자 암기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씨는 평상시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남아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졌고 전원이 꺼지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것처럼 느껴져 멍해질 때가 많았다.
최근 현대인들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씨처럼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거나 휴대하지 않으면 불안함과 동시에 공황 상태에 빠져 아무 일도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뇌를 사용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디지털 치매 증후군에 빠질 위험이 크다.
디지털 치매 증후군은 무의식적으로 디지털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되고 각종 건망증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디지털로 인한 치매 증상은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아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을 넘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면서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치매는 기억력 감퇴는 물론 언어 능력, 이해력, 판단력, 사고력 같은 인지 기능에 다발성 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단순히 기억력이 약화되는 것일 뿐 뇌 손상이 원인인 일반 치매와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병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하나의 증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기억력 감퇴가 심해지면 치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 완화나 치료를 위해 조기에 병원을 찾아 MRA(뇌 혈관자기공명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김호정 청담튼튼병원 뇌신경센터 원장은 “노화로 인한 질환으로 알려진 치매가 최근 들어 디지털 치매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치매 전반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치매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건 아니지만 뇌의 특정 부분의 발달과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단순한 기억력 감퇴라고 생각해 방치할 경우 뇌의 손상으로 인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