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지난해 대선 선거 운동기간에 국정원의 남북 정상회담 NLL 발췌록 ‘천기누설’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유세록과 대화록이 토씨까지 일치하는데 대해 “비슷할 수도 있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7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유세에서 한 말이 대화록과 비슷하다는 말 나오는데’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슷할 수도 있지”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어저께 어느 인터넷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이 어제 내가 한 발언과 전혀 왜곡된 발언이고 보도”라면서 “원세훈의 원자도 얘기한 사실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유세할 때 말씀을 추적했는데’라며 묻자 그는 “자 뭐 더 이상…”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의원이 언급한 인터넷 뉴스는 뷰스앤뉴스 보도이다. 인터넷 언론 뷰스앤뉴스는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 의원이 2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며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대선 당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부짖듯 쭈욱 읽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김 의원은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장에서 “전 국민이 현재 최고의 관심을 갖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가서 한 굴욕적 발언에 대해 제가 오늘 대한민국 대표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면서 준비한 메모를 꺼내 읽었다.
당시 김 의원은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습니다. (중략) NLL 문제는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습니다. 남측에서는 이것을 영토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략) 헌법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헌법 문제 절대 아닙니다. (중략) 이종석에게 요구했는데 미국 제끼고 우리가 경수로 짓자고 얘기했습니다. (중략) 경수로 꼭 지어야 합니다”라고 읽었다.
이 내용은 국정원이 최근 공개한 NLL 발언록과 주어 서술어는 물론 생략한 조사와 어순까지 들어맞는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은 대선 이전에 국정원에게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제공받았고 26일 새누리당 회의에서 이를 언급했다는 ‘천기누설’ 의혹을 받고 있다. 토씨까지 꼭 들어맞는 것은 점쟁이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대화록 원문을 입수한 것은 사실과 다르며, 대선 당시 정문헌 의원이 제기한 대화록 내용과 노 전 대통령의 민주평통 행사 발언 내용을 종합해서 만든 문건을 연설에 활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5개의 글을 순차적으로 올려 “박근혜 후보 측과 국정원 간 결탁은 수사나 국정조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성규 유동근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