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고령층 표심을 겨냥한 ‘연금 공약’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청년 정책의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연금개혁안이 청년들에게 불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층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선 크레딧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금개혁안, 미래세대 이익 침해”…대선주자들, 청년층 달래기 안간힘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낸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에 대해 지적하며, ‘청년층 달래기’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국회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각각 상향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다만 보험료율은 8년에 걸쳐 천천히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곧바로 인상하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상대적으로 더 긴 기간 인상된 보험료를 내야 하는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비해 불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개혁안에 대해 청년층 표심을 의식한 여권 대선주자들이 목소리를 보태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는 지난달 19일 열린 1차 경선 토론회에서 “연금개혁 때문에 청년들이 더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집권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2차 개혁을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금개혁위원회의 청년 참여,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는 설명자료를 통해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기금 소진 시점만 늦추고 미래 세대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국민연금과 별도로 ‘신(新) 연금’을 만들어 신-구 연금을 완전히 분리하는 구조개혁안을 제시했다.
제1야당 대표로서 연금개혁 처리를 주도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연금개혁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3월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복무 청년들에 대해선 크레딧을 전 복무기간으로 늘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는데 국민의힘이 또다시 발목을 잡아서 불가피하게 1년밖에 인정 못했다”며 “청년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출산·군 복무 인정 기간 확대…직업훈련 크레딧 신규 도입 필요”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모수개혁 당시 미진했던 부분이 조기대선을 계기로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크레딧 제도를 강화해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크레딧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험료를 내지 않더라도 연금 수급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한국은 출산과 군 복무, 실업 크레딧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연금개혁을 통해 크레딧 인정 기간이 확대됐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개혁 과정에서 출산 크레딧의 경우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을 추가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둘째아부터 12개월, 셋째아부터 18개월씩 추가 가입기간을 인정했다. 군 복무 크레딧은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군 복무 기간 전체에 대해 크레딧을 적용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군 복무 기간이 18개월인데 12개월만 인정하는 것은 비합리적 조치다. 청년들이 황당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출산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양육도 필요하기 때문에 출산·양육 크레딧으로 이름을 바꿔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 등을 고려하면 자녀 1~2명당 4년 이상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업훈련 크레딧 신규 도입도 제안했다. 해외 주요국에선 취업 준비기의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직업훈련 크레딧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17세 이상 직업교육(훈련) 기간에 대해 8년까지 가입기간을 부여하고, 영국은 18세 이상 기술교육에 대해 1년의 가입기간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청년들도 이같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1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크레딧 제도 확대 방안 중 ‘직업 훈련과 교육 크레딧’을 도입하자는 의견은 10.1%를 기록했다. 남 교수는 “공론화위에서 ‘직업훈련 크레딧’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큰 지지를 얻었다”면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연령과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도입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