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국제해커그룹 어나니머스는 북한의 상대가 안됐다”고 보도했다. 어나니머스가 지난 25일 6·25 전쟁일에 맞춰 북한 인터넷을 공격한 것에 대해 혹평을 한 것이다.
WP는 27일자(현지시간) 국제면 분석 기사에서 “마스터카드부터 바티칸까지 목표로 삼으면 적수가 없었던 어나니머스지만 ‘은둔의 왕국’인 북한의 시스템에 잠입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나니머스는 지난 18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 인터넷에 침투할 예정이라며 46개 타깃 북한사이트 리스트와 공격 예고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이어 25일 북한 사이트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고 그 결과로 북한군 13명에 대한 명단을 발표했다. 어나니머스는 당시 “우리는 전에 당신들의 인트라넷에 침투한다고 예고했으며 성공했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WP는 “어나니머스가 북한의 무기와 관료들에 대한 정보를 빼내고 폐쇄된 북한의 인트라넷을 외부 인터넷과 연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으나 성공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어나니머스는 중국의 웹사이트들과 한국의 몇몇 유명 사이트를 훼손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WP는 “북한의 외부에 존재하는 인터넷 주둔군의 확산 때문”이라고 전했다. WP는 “어나니머스가 북한 인트라넷을 침투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웹은 외부와 잘 차단되어 있어 성공적이었을 가능성은 적다”며 “그들이 성공적인 해킹의 증거라고 밝힌 주소들이 북한이 아닌 중국 소재의 사이트였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북한은 어나니머스의 해킹 실패를 계기로 자신을 얼마나 잘 방어할 수 있는지 과시하게 됐다고 WP는 평가했다. 미국 정보당국조차도 북한 내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을 들면서 북한의 기술력이 외부 사람들의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것이다.
WP는 “북한이 외부와의 연결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기꺼이 포기하는 것은 정보를 고립시켜 발생하는 이데올로기적 이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북한은 주민들이 바깥세상의 정보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북한이 외부의 어떤 해커들보다 강력함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결론 내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