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막장 인생 뺨치는 높으신 분들의 '몰카' 신드롬, 왜?

[친절한 쿡기자]막장 인생 뺨치는 높으신 분들의 '몰카' 신드롬, 왜?

기사승인 2013-06-28 19:04:01

[친절한 쿡기자]요즘 주변에서 뉴스보기 무섭다는 말, 많이 하시죠? 특히 딸 가진 부모님들은 “무서워서 딸 키우겠냐”는 탄식이 절로 나올 만 합니다. ‘4대악(성범죄·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근절’이라는 새 정부의 취임 일성이 민망하게도 온갖 성범죄가 연이어 뉴스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랩(’움켜쥐다‘라는 뜻의 영어단어)했을 뿐’이라는 유행어를 낳으며 대통령의 미국방문 성과에 먹칠을 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잊지 않으셨죠? 이에 뒤질 새라 최근 각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낯 뜨거운 뉴스 생산에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안 그래도 바쁜 분들이 굳이 성범죄까지 몸소 솔선수범하시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요.

오늘(2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헬스장에서 휴대전화로 운동하는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변호사 A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헬스장 런닝머신 위에서 운동하던 한 여성의 뒤태를 수차례 촬영했다는데요. 경찰이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여성 외에 다른 여성들을 도촬한 사진도 발견됐답니다.

바로 엊그제는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학 B교수가 영화관에서 뒷자리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해 고소당한 사건도 있었지요. B교수는 한술 더 떠 카메라를 장착한 첨단 손목시계를 동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분, 007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나 보네요.

행정, 사법에 뒤질 새라 국회에서도 몰카 사건이 있었죠.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동의 한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국회 5급 입법조사관인 C씨가 몰카를 찍다 걸려 불구속 입건된 사건입니다. 이분은 심지어 사법·입법·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한 경찰대 출신의 수재라니 놀랄 노자입니다.

대체 이들은 어떤 심리에서 이런 엉뚱한 일탈을 저지르는 걸까요?

성신여대 심리학과 채규만 교수는 “흔히 사람들은 고위층의 윤리의식이 지위에 비례할 거라고 기대하고 당연시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습니다. 채 교수는 “상담을 해보면 우발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회지도층들은 일에 치여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향이 심하고 배우자나 가족과의 관계도 이미 어그러진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물의를 일으킬 경우 사회적으로 잃을 것이 더 많음에도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숙고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한 결과”로 일련의 사회지도층 성추행을 정의했습니다.

“막장 드라마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나 뉴스를 보면 우리 드라마와는 게임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막장 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주연배우 이정진 씨가 인터뷰에서 막장 논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고 하죠. 드라마에도 민망해 못 담을 사건사고가 사회지도층의 손에 버젓이 자행되는 요즘이기에 대꾸할 말이 없어 씁쓸하기만 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전수민 기자 moderato@kmib.co.kr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정건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