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의 후속편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후폭풍이 거세다. 시청자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9.4%, 닐슨코리아 조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25일 방송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은 2002년 경기도 하남 검단산에서 발생한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돼 2004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한 재벌 회장 사모님 윤모(68)씨의 행방을 다뤘다.
취재 결과 윤씨는 12가지가 넘는 병명이 기재된 진단서를 바탕으로 형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내 6년 전부터 호화 병실에서 특혜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오후 11시15분부터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에서는 방송 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여대생 공기총 살인 사건의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자료를 통해 형 집행정지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을 조명했다.
제작진은 또 윤씨에게 허위진단서를 작성해준 의사, 그 진단서를 근거로 형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변호사, 형 집행정지 허가를 내준 검사 등을 찾아 나섰지만 관련 인물들은 사건에 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5월 방송 이후 ‘여대생 한지혜’ 가족의 근황과 해당 병원의 대응 등도 방송에 담겼다.
윤씨가 입원한 세브란스 병원은 병원장이 공식 사과를 내놓고 진상조사를 위한 교원윤리위원회를 열었다. 검찰은 병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는 진상조사를 받을 예정이며 피해자 ‘여대생’의 모교인 이화여대는 이 사건에 맞서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회는 ‘사모님 방지법’을 발의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방송을 본 날 잠을 잘 수 없었다”며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렸지만 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힘줘 말했다.
방송의 파장은 거셌다. 시청자들은 포털 댓글과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문제생기면 책임 떠 앉고 나가는 대신에 조용해지면 다시 복직시키고…공무원은 철밥통”이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저런 인간도 판사를 했으니 대한민국 법질서는 말할 것도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방송에 대한 찬사도 뒤따랐다. 시청자들은 이날 방송을 “권력의 감시와 견제, 언론 존재의 이유를 정말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수민 정건희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