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엔 “위원장, 나는”, 국정원은 “위원장님, 저는” 발췌하며 왜곡?

원문엔 “위원장, 나는”, 국정원은 “위원장님, 저는” 발췌하며 왜곡?

기사승인 2013-06-30 16:33:00


[쿠키 정치]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의 발췌문이 원문의 단어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 원문을 열람해 NLL포기 발언이 사실일 경우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더욱 주목된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27일 공개된 남북정상회담 전문과 국정원이 제출한 발췌문을 비교분석해 일부 단어들이 원문과는 달리 표현돼 있다고 밝혔다.

‘위원장→위원장님’, ‘나→저’로 바꿔

대화록의 발췌문과 공개된 전문을 비교해 보면 원문에는 ‘위원장’이라고 기록된 부분이 발췌문에는 ‘위원장님’으로 바꿔 표기된 부분이 세 곳 등장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언급하면서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라고 한 부분은 “위원장님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라는 말로, 평화협력지대와 관련하여 “위원장께서 지금 승인해 주신 거죠”라고 한 부분은 “위원장님께서 지금 승인해 주신 거죠”로 바꿨다. 보고서를 전달하는 부분도 “위원장님께서 보도록 드리고 가겠다”로 수정돼 있다.

같은 맥락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나’라고 부른 부분을 ‘저’라고 바꾼 대목도 두 곳이 등장한다. 발췌문은 아리랑 공연에 대해 “나는 큰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한 부분은 “저는 큰 기대를”로, 공동어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도 관심이 많은”를 “저도 관심이 많은”으로 바꿔 표현했다.

특히 ‘위원장님’이라는 표현은 주요 언론에서 그대로 인용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저자세로 NLL포기 발언을 했다는 뉘앙스를 불러일으키는 용도로 충분히 활용됐다고 뉴스타파는 주장했다. 실제 발췌문 공개 다음날 조선·중앙·동아 등 주요 신문은 “위원장님과 인식 같아” 등 거의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대서특필했다.



원문 없는 말도 창작

뉴스타파는 또 원문에는 아예 없었던 대목이 발췌문에 추가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장관급 회담도 안할란다 이렇게 한 적도 있다”는 부분은 “이렇게 억지를 부려본 적도 있다”로 바뀌었고 “군부가 자꾸 뭘 안 할라고 한다. 이번에 군부가 개편이 되서 달라졌다”라는 부분은 “뭘 안 할라고 한다. 뒤로 빼고 하는데”라고 없었던 내용이 추가됐다. 뉴스타파는 자주 쓰지 않고 정제되지도 않은 표현이 왜 원문에 없음에도 삽입됐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애초에 발췌본 자체가 NLL과 관련하여 논란이 일만한 자극적인 부분만을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발췌문이 원문 자체를 훼손하여 왜곡했다는 점은 문제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국정원 대변인은 발췌문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단순 오타일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정건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