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과학]인하대 생명해양과학부 생명과학전공 조장천(44) 교수팀이 미래창조과학부와 극지연구소(극지학연사업)의 지원을 받아 단독으로 수행한 연구가 국제적 권위지인 미국국립과학회보(PNAS)에 지난달 24일 온라인에 게재됐다고 1일 밝혔다.
조장천 교수 연구팀은 바이러스 연구의 레퍼런스 유전체로 활용할 수 있는 지구의 대표 박테리오파지(세균에 감염하는 바이러스)를 동해의 바닷물에서 성공적으로 분리해냈다.
유전체 분석 결과 이번에 배양된 바이러스는 인도양, 태평양, 아북극해양 등 다양한 해역에서 많게는 전체 바이러스의 25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바이러스가 지구에서 가장 많은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연구팀은 SAR116이라고 불리는 세균 그룹에 감염하는 해양의 대표 바이러스를 시험관에서 배양하게 돼 해양 미생물의 다양성, 기후변화, 지구의 물질순환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닷물 1밀리리터에 평균 천만개가 존재하는 바이러스는 해양에서 가장 수가 많은 생물학적 개체로서 해양생물군집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물질순환에 영향을 미쳐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배양하기 어려워 유전적 분류나 유전자의 기능 등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세균 감염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규모의 역할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재료가 생긴 셈이다.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SAR116 그룹의 세균을 연구팀이 배양한 사실이 깔려 있다. SAR116 세균 그룹은 태양빛이 들어오는 바다에 서식하는 세균의 약 5%(많게는 2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해양세균으로서 배양이 매우 까다로웠지만 2010년에 조장천 교수 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분리됐다.
연구팀은 먹이를 적게 제공한 빈영양 배지를 사용하여 동해 표층 해수에서 SAR116 그룹의 대표 균주 IMCC1322를 분리해냈고 이번 연구에서는 이 균주를 숙주로 이용해 살아가는 박테리오파지를 분리해낸 것이다.
유전체 분석결과 이 박테리오파지는 기존 바이러스들과는 다른 특이한 염기서열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전정보를 복제하는데 이용되는 DNA 중합효소는 기존 생물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독특한 도메인 구성(DnaJ)을 보였으며 또한 박테리오파지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황화합물 산화효소를 가지고 있었다. 숙주 세균인 SAR116 그룹은 식물플랑크톤이 만든 황화합물을 분해하여 구름씨앗을 만드는 세균이어서 이 세균을 죽이는 바이러스의 역할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과 이 박테리오파지가 가지는 황화합물 산화효소가 해양의 황순환에 기여하는 역할에 대한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
조장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숙주 세균 배양, 박테리오파지 분리, 유전체 분석 등 모든 과정을 인하대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한 것과 이를 통해 새롭게 분리된 박테리오파지가 해양에서 가장 많은 개체임을 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숙주의 개체수와 다양한 대사능력을 고려할 때 숙주 세균을 죽이는 박테리오파지는 해양의 탄소, 질소, 황 순환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전지구적 물질순환과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