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갓 스무 살이 된 두 청춘이 좁은 방에서 세계를 그린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도 그들은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다. 한 청춘은 글을 쓰고 또 다른 청춘은 기타를 친다. 그러면서 그들만이 간직할 청춘의 기억을 만들어 간다. 영화 ‘경복’은 스무 살을 지나온 어른들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나이를 관통할 청춘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할 여지를 남긴다.
영화 ‘경복’(극본 최시형ㆍ연출 최시형)은 취업과 학업 중 어떤 목표도 세우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는 스무 살 형근(최시형)과 동환(김동환)이 집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 드라마다. 지난해 열린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초청에 올랐고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상을 수상했다.
3일 오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최시형 감독은 “스무 살의 나이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최 감독은 “그 나이 때는 집을 나갈 수도 있고 어른들이 뭐라고 하는 것에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반항할 수도 있다. 영화를 통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저 스무 살 때 가질 수 있는 생각과 인간관계를 말하고 싶었고 미화시키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경복’은 최근 독특한 포맷으로 주목받는 Mnet의 ‘방송의 적’과 느낌이 비슷하다. 출연자가 분명 연기를 하고 있는데 다큐멘터리 같은 냄새가 난다. 그렇다고 무조건 극 같지도 않다. 극 중 캐릭터가 그 사람의 실제 성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사실이라기보다는 사실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경복’에는 두 주인공이 출연하는데 한 명은 최시형 감독 본인이고 또 다른 한 명은 그의 오랜 친구 김동환이다. 최 감독은 “첫 영화라 누구를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다른 배우들도 생각했지만 오디션을 본다는 게 말이 안 됐다”며 “잘 부릴 수 있는 주변 사람 중에 고르게 됐는데 실제로도 집에 자주 와서 엄마가 오지 말라고 할 정도다”며 친구를 주연으로 출연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경복’의 또 다른 특징은 독립영화임에도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배우와 감독들이 함께했다는 점이다. 영화 ‘너에게 간다’의 신이수 감독이 출연하며 촬영과 출연에 ‘전국노래자랑’의 이종필 감독, ‘환상속의 그대’ ‘남쪽으로 튀어’ ‘코리아’의 한예리, 8월 개봉을 앞둔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 등이 출연했다. 최 감독은 “촬영하고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분들의 몸값은 지금 몇억에 달한다.(웃음) 친하기도 했지만 시네마틱한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라 함께 작업했다”고 말했다.
영화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라 편하게 촬영에 임했다는 배우 김동환은 “‘경복’은 특별히 아름답지도 않고 특별한 사건이 있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스무 살 사람의 이야기”라며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 영화를 본다면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지’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스무 살 청춘의 호우시절을 흑백으로 담담하게 그린 ‘경복’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