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연예병사들의 군 복무 위반으로 인한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연예병사를 담당하는 국방홍보원 폐지까지 검토되고 있으며 지난달 26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연예병사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대한민국에서 군대는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성장 과정인 동시에 ‘누구나 똑같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절대적 평등의 가치가 구현되는 공간이다. 연예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의무이기에 연예인에게도 똑같은 잣대가 적용된다. 대중은 평소 TV 속 스타를 볼 땐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입대한(할) 연예인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바라본다. 이 차이를 알고 있는 스타는 흥(興)했고 그렇지 않은 스타는 망(亡)했다.
흥(興)한 스타 - 싸이 현빈
군대 문제로 가장 흥한 스타는 누가 뭐래도 싸이다. 싸이는 지난 2003년 한 IT업체에서 병역특례요원으로 3년의 병역을 마쳤지만 부실 복무 논란이 일었고, 병역법으로 정해진 지정 업무에 종사했는가를 놓고 병무청과 대립했다. 검찰은 싸이의 대체 복무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병무청은 2007년 싸이에 재복무를 통보했다.
당시 싸이는 2주만 버티면 나이를 사유로 공익 입대가 가능했지만 현역 입대를 선택했고,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던 싸이는 ‘2개의 군번’이라는 정면 돌파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재입대 초기 통신병으로 복무하다 연예병사로 보직을 변경했고 성실히 군 복무를 마친 뒤 2009년 전역했다. 이후 2010년 ‘롸잇 나우’(Right Now) ‘예술이야’ ‘설레인다’ 등이 수록된 5번째 정규앨범이 히트했고, 지난해 ‘강남스타일’로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스타 반열에 올랐다.
현빈 역시 흥한 스타 중 하나다. 지난 2011년 1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성공리에 끝마친 현빈은 2개월 뒤인 3월 해병대 현역병으로 입영했다. 연예병사로 입영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가장 힘들다는 해병대를 선택한 것이다. 당시 현빈의 입소 장면은 뉴스채널 YTN을 통해 생중계됐다. 현빈은 해병대 2사단으로 자대 배치를 받은 뒤, 해병대 사령부 군악대에서 복무했다. 연예인이라고 생색내지 않고 성실하게 군 복무를 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원래 좋았던 이미지는 더욱 좋아졌다.
이외에도 전역 날짜를 미루면서까지 동계 훈련을 받고 해병대를 만기 제대한 그룹 클릭비 출신의 오종혁은 이후 예능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 출연, 훈훈한 모습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뮤지컬 ‘그날들’에 캐스팅 됐으며 ‘정글의 법칙in벨리즈’에 합류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배우 유승호 역시 조용히 훈련소에 입소한 후 27사단 신병교육대대 조교로 복무하고 있다. 통상 언론의 주목을 받고자 하는 스타와 달리 이례적으로 비밀리에 입대했고, 또한 ‘현역으로 복무한다’는 점을 스스로 알리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대중에게 호감형 배우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망(亡)한 스타 - 유승준 MC몽
스타들의 군대 문제가 터지면 항상 거론되는 연예인 중 대표적인 인물이 가수 유승준이다. 유승준은 활동 당시 “남자라면 당연히 입대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병역기피 목적으로 의한 국적 포기로 판단해 입국 금지조치를 내렸다. 유승준은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건강한 남자의 표상이었고 그의 입대 발언 역시 ‘멋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내뱉은 말 때문에 되돌릴 수 없는 짐을 떠안아야 했다.
MC몽 역시 군대 문제로 항간의 논란을 일으켰던 연예인이다. 병역 면제를 위한 고의 발치 혐의에 대해 법원은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증과 경제적 어려움, 치과의사들에 대한 진료 의견에 따라 정당한 발치였다고 판단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이 입영을 미룬 것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여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MC몽은 지난 2011년 기자 회견에서 “이제라도 입대를 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당시 병역법에 따라 MC몽은 나이 초과로 재검이 불가능했고 입대 역시 할 수 없었다. 법은 무죄를 판결했으나 대중은 그의 도의적 책임을 물었다. 이미지로 소비되는 연예인에게 대중의 판단은 법보다 위에 있었다.
세븐과 상추, 성(盛)하려다 쇠(衰)해
배우 김무열은 지난해 영화 ‘은교’로 유명세를 탔지만 생계 곤란을 이유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겪었다. 감사원은 “김무열은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한다는 거짓 사유로 입영을 연기한 채 그 기간 동안 여러 작품에서 총 3억 원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후 병무청이 병역면제처분 적정 여부를 재심사했고 김무열은 지난해 10월 현역 입대해 연예병사로 복무 중이다. 출연 예정이었던 영화 ‘AM 11:00’에서 하차했고 건강하고 럭셔리한 이미지에 상처를 냈다. 성실하게 복무하는 것만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길로 보인다.
가수 세븐과 마이티마우스의 상추는 군대라는 곳을 이미지 세탁을 위한 곳으로 생각했다가 반대로 먹칠을 하게 됐다. 상추는 “어깨 부상으로 공익 판정을 받았으나 재활치료 후 현역 입대를 자원했다. 사람들이 상추를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익을 가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방송에서 말했으나 그는 가장 건강하지 못한 연예인이 돼버렸다.
세븐 역시 지난 3월 306보충대 앞에서 입소 전 “남들 다 가는 군대 늦게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후임으로써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까지 가수로서 세븐이었다면 앞으로 2년 동안은 최동욱으로 열심히 군 생활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군대에서도 이병 최동욱이 아니라 가수 세븐으로 생활했다. 세븐과 상추는 결국 성해지려다 쇠락한 연예인으로 남게 됐다. 애초 군대를 국민으로서의 의무가 아닌 보여주기 식으로 생각했던 태도가 문제였고, 연예병사 제도의 허점도 한몫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