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쿡기자]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전역했습니다. 그를 보기 위해 서울 한강로에 위치한 국방부 위병소 건물엔 전역 전날(9일)부터 일본 팬들이 몰렸습니다. 오늘(10일) 아침에는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온 팬 7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오락가락 쏟아졌지만 ‘비사마’를 향한 그들의 열정을 식힐 수는 없었습니다. 취재진 역시 100여 명이나 모여 비에 관한 언론의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취재진이 이렇게나 많이 모인 이유는 아무래도 최근 논란이 된 ‘연예병사 군인복무규율 위반’ 의혹과 관련, 비가 어떤 언급을 할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대중의 관심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비는 ‘20초’의 간단한 전역 신고만 한 채 황급히 취재진과 팬 곁을 떠나버렸습니다. 허무했습니다. 아침부터 땀 뻘뻘 흘리며 찾아간 보람이 무색했습니다. 전날부터 기다린 팬들은 오죽했을까요.
전역 소식이 속보로 전해지고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기사와 댓글을 살펴봤습니다. 모든 기사에 부정적인 댓글이 넘쳤습니다. 댓글을 여론으로 볼 수 있는지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비를 비난하는 글에 수만 번의 ‘좋아요’를 누르는 상황에서 마냥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대개 “한 때는 팬이었는데 이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군에 있을 땐 사복입고 전역할 땐 군복입네”처럼 비가 과거 저지른 잘못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비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소에 찾아갔다는 기사에는 “국회의원이 국밥집 들어가서 국밥 먹는 거처럼 보여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눈에 띄었습니다.
노래 ‘안녕이란 말대신’ ‘레이니즘’ ‘태양을 피하는 방법’ ‘널 붙잡을 노래’, 드라마 ‘풀하우스’ ‘도망자 프랜B’ 영화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신’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승승장구했던 비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피 흘리는 노력으로 성공한 비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사실 모두가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잦은 휴가와 복장 위반, 그리고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연예병사들의 실태. 아들과, 고무신의 남자친구와, 친구와, 내 남동생은 전화 한 통 걸기 위해 공중전화에 줄을 섭니다. 제대로 된 고기 한 번 맛보려면 가뭄에 콩 나듯 있는 휴가를 기다려야 합니다. 아파도 눈치 보느라 의무대도 잘 못 찾아갑니다.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 인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비를 포함한 연예병사들은 정말로 좋아진(?) 군대에서 복무한 것 같습니다. 대중은 평소 TV 속 스타를 볼 땐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받아들이지만 입대한(할) 연예인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이 차이를 알지 못했던 연예병사들은 군대에서도 자신들은 다른 ‘클래스’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비가 논란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국방부는 비가 최근 벌어진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여가 없어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비는 사실 법보다 대중의 판단에 더 민감한 연예인입니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더라도 대중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연예인은 더는 버티기 힘든 게 이 바닥입니다.
도의적 책임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비는 법을 믿은 건지 쏙 숨어버렸습니다. 어떤 말을 해도 욕먹을 게 뻔했겠지만 그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비는 자신을 2년 동안 기다려준 팬들과 대중에 진정성 담긴 인사를 했어야 합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사과를 구했어야 옳았습니다. 침묵은 금이라지만 상황이 꼬였을 때는 오히려 솔직한 ‘돌직구’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누리꾼은 “나중에 ‘힐링캠프’ 나와서 눈물 짜겠지”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요즘 대중은 기획사보다, 기자보다 더 예리합니다. 관계자들이 어떤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먹힐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럴때일수록 어설픈 언론플레이와 시나리오 대신 진정성 담긴 솔직한 반성과 행동이 비를 ‘스피드 레이서 도망자’가 아닌 ‘월드스타’ 비로 다시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지금은 비난이 아프겠지만 제대로 다친 후에 새살이 돋길, 사실 대중은 그걸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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