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로이킴에게 7월 한 달은 길고 긴 장마와도 같았을 것이다. 데뷔 정규앨범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앨범 동명 타이틀곡 ‘러브 러브 러브’가 1위를 차지하며 로이킴은 승승장구했다.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들어갔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1년도 되지 않아 로이킴은 그야말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13일 서울 콘서트에서의 장범준 비방 논란에 이어 4월 선공개한 ‘봄봄봄’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로이킴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을 넘어 로이킴은 대중으로부터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표절 가수로 낙인찍혔다. 로이킴은 이대로 추락할 수밖에 없을까. 로이킴의 인터뷰는 해당 논란들이 있기 전인 지난 11일에 이루어졌다. 논란 이전에 인터뷰가 진행됐기에 더 솔직한 로이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로이킴은 인터뷰가 보도되기 전 “여러 가지 일들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앞으로 좋은 음악으로 응원해주는 팬들께 실망을 주지 않겠다”고 전해왔다.
- 음악프로그램, 라디오 진행, 콘서트 개최까지 힘들지는 않은지
“사실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라 조금은 힘든 것 같아요. 하루에 5시간 내외로 자긴 하지만 깨어 있는 동안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잠자고 있다는 기분도 잘 안 들어요. 엄살 그만 부릴게요(웃음). 힘들어도 노래할 때는 정말 좋아요.”
- 쉴 때는 뭐하면서 지내는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쉬는 것 같아요. 집에서 잠을 자거나 가능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해요. 그게 유일한 낙이죠.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살면서 먹은 것들 중에 생각나는 음식이 있으면 먹는 거죠. 식단 조절은 안 해요. 식단 조절까지 하면서 활동하는 가수들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정규앨범 작업 과정은 어땠는지
“‘봄봄봄’을 내고 부담감이 더 생겼어요. 조용필 선생님도 앨범을 내셨고 싸이 선배님의 ‘젠틀맨’도 반응이 좋아서 사실 기대는 하지도 않았어요. 봄이 지나가기 전에 ‘음악을 내자’해서 낸 건데 반응이 좋았어요. 선공개곡인 ‘봄봄봄’이 반응이 괜찮아서 정규 앨범 작업은 부담을 갖고 더 오래 작업한 것 같아요. ‘러브러브러브’는 타이틀곡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에 1~2개월 걸린 후에 노래가 나왔어요. 다른 곡을 만들 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죠. 막상 다 쓰고 나서 들어보니 질려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다른 노래들을 정리한 후 다시 들어보니 ‘이거다’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죠.”
- 노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는지
“특별한 건 없고요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요. 별거 아닌 거에도 뭔가 느끼려고 노력해요. 사실 노래 들어보면 대단한 주제를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감정들에 대해서 노래하는 거라 가사를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사소한 것이라도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노래들인 것 같아요. 요즘 느끼는 감정들에는 설렘과 행복감, 그 사이사이 피곤함도 느끼죠(웃음).”
- 앨범 작업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앨범을 또 내고 다른 음악 작업을 한 후에 다시 들어보면 아쉬움이 들겠지만 지금까지는 만족스러워요. 사실 저보다는 정지찬 프로듀서님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저는 그저 돌을 갖다 놨다면 그 돌을 잘 깎아 주신 거죠.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요.”
- 앞으로도 진짜 음악을 계속 하는 건지
“음악 안 하면 제가 다른 거 뭘 하죠?(웃음) 저에게 그런 물음을 하는 분들은 조금 아쉬워요. 마치 제가 주어진 게 많아서 음악을 편한 마음으로 재미로 하는 거라고 생각하셔서요. 그런데 사실 저도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거고 하는 동안은 열심히 노력해서 할 생각이거든요. 만약 ‘로이킴은 노력도 안 하고 그냥 하다 보니 운만 좋아서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살다 보니 그냥 잘 됐다’는 이런 거는 거의 없잖아요. 열심히 해서 잘 됐던 기억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 집안이 넉넉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회사는 아버지가 물려줄 수 있는 권한이 없으세요. 아버지도 원래 교수직이라는 본업을 따로 갖고 계시고요. 무엇을 물려받는가 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없을 때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해요. 부모님이 주시는 것을 그대로 받으면 스스로 이룬 게 아니라서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 걸로 허세 부리는 사람은 제 스타일도 아니고요. 만약 본인이 정말로 열심히 해서 무언가 성취했다면 그것에 대한 허세는 이해해요. 저 역시 스스로 성취해서 허세 부릴 수 있을 만큼의 가수가 되고 싶어요.”
- 훗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가수로서 다양한 옷을 잘 입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하나에 고리타분하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대중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변해가는, 그것과 함께 음악도 함께 성숙했으면 좋겠고요. 사람으로서는 나이 먹으면서 심적인 여유도 있고 그릇도 커지고 다른 사람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직 그러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고요.”
그리고, 로이킴을 위한 변명 -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
로이킴은 ‘슈퍼스타K 4’에서 통기타를 들고 따뜻한 목소리로 순수함을 노래했다. 故 김광석을 추억했고 김건모를 불렀고 이문세를 기억했다. 라디오 DJ를 맡은 이후에는 오후 8시가 제일 편하다고도 말했다. 요즘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자신의 부족한 노래로라도 위로가 되고 싶다 했다. 어린 자신에게 기대라고 어깨를 내밀었다. 그러나 표절 시비에서 보여준 어설픈 대처는 아쉬움을 남겼다. 사람들은 그를 훈남 싱어송라이터로 철저히 각인해 왔기 때문이다. 충격이 컸을 수밖에 없었고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타인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했다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자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소송 절차가 진행돼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는 한 로이킴에게는 ‘봄봄봄’ 표절 꼬리표가 계속 붙을 것이다.
결국 로이킴이 대중에게 다시 싱어송라이터로 불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음악’밖엔 방법이 없다. 자신도 ‘음악’ 아니면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조금 더 진정성 담긴 노래로, 더 치열한 음악으로, 더 처절하게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 하는 게 어렵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그 어떤 훌륭한 음악가도 스승은 존재했다.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엄친아’ 부담감을 떨쳤으면 한다. 로이킴이 절실하게 반성한 후 자신만의 노래로 자신만의 향기로 돌아올 때 대중들도 다시 마음을 열 것이다.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어 다시 오르기 마련이다.’
사진제공=포츈엔터테인먼트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em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