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0일 기자 회견에서 “한일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경제협력 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우리나라는 이에 반하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의 입장 표명은 이날 한국 법원의 판결 직후에 나왔다. 앞서 부산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박종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5명의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1인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승소는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10일 신일본제철의 후신인 신일철주금에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재판부는 “옛 미쓰비시는 원고 등을 히로시마로 강제연행한 다음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하게 하면서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고 원자폭탄이 투하됐음에도 적당한 피난장소나 식량을 제공하는 등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옛 미쓰비시와 현재 미쓰비시중공업이 별개 회사이고 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피고에 대한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미쓰비시중공업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여전히 65년 협정을 앞세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버티는 것이다.
스가 장관은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처럼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전엔 그런 입장이었고 현재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의 입장은 일관되기 때문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이를 계속 한국 측에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NHK는 스가 장관의 발언을 전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가 한·일간 새로운 외교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쓰비시중공업은 “자세한 판결 내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징용자 등에 대한 보상은국가간 정식 합의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와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회사는 “이를 부정하는 판결은 부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즉시 재상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