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②] 문정희 “데뷔 후 10년간 울며 버텨…이제 시작이다”

[쿠키 人터뷰②] 문정희 “데뷔 후 10년간 울며 버텨…이제 시작이다”

기사승인 2013-08-11 17:41:00

"
[인터뷰] 우아함이 물씬 풍기는 외모를 가진 배우 문정희. 인형같이 예쁜 외모를 자랑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연기력 뒤에 미모를 꼭꼭 숨긴다.

전작 ‘연가시’에서 감염자 경순으로 분해 광기어린 눈빛으로 물을 찾고 엄청난 양의 물을 벌컥벌컥 마셔 보는 이를 놀라게 했던 그가 ‘숨바꼭질’에서는 자신의 집을 지켜보는 누군가로부터 딸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엄마 주희로 분한다.

무너질듯한 아파트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그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하나로 질끈 묶은 헝클어진 머리에 거뭇거뭇한 얼굴, 왠지 모를 두려움에 가득차있는 눈빛을 하고 있다. 유난히 몸으로 부딪히는 액션신이 많았기에 팔다리가 까맣게 멍드는 것은 기본이고, 전력질주 신을 촬영하다 발톱이 3개나 빠지기도 했다.

‘숨바꼭질’은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내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가쁜 사투를 그린 작품.



지난 8일 서울 스테이트타워에서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배우 문정희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보고 먼저 제작사에 출연의사를 밝힌 그는 주희 캐릭터를 보자마자 푹 빠져들었다고 했다. 여배우로서 만나기 쉽지 않은 역할이고 희소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싫어하는데 이 작품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느낌이었죠. 속도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제작사 측에서는 제가 가진 이미지가 주희 역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왜 잘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며 설득시켰고, 이 역을 맡게 됐어요.”

자신을 믿고 맡겨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았던 그는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 몸이 다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것과 잘 해내는 건 다르잖아요. 하고 싶은 건 분명했지만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주희라는 캐릭터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주희는 험하고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상처가 많은 인물이에요. 몸도 함부로 놀렸을 수 있고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난 뒤에는 그걸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영화 속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눈썹과 눈도 삐뚤고 턱도 비대칭인 느낌이다. 영화 속에는 여배우 문정희가 아닌 홀로 아이를 지켜내려는 주희만 존재한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오느냐가 얼굴에 묻어나잖아요. 주희는 반듯한 얼굴과 표정을 가질 수 없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일부러 눈을 계속해서 찌그려 떴고 눈썹도 기르고 시커멓게 표현했어요. 한껏 꾸미는 장면도 등장하지만, 꾸며도 그것이 어색한 인물을 표현하려 했죠. 립스틱도 빨간색을 바르는데 그게 정말 안 어울리잖아요. 제가 대학교 입학하고 처음으로 립스틱을 발랐을 때를 떠올렸어요. 빨간 립스틱은 여러 가지가 갖춰졌을 때 어울리기에 주희가 그런 것들이 잘 어울 리가 없어요. 그런 디테일들을 쌓아가며 극중 인물을 표현했죠.”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기에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한데, 문정희는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아쉬운 점이 없는지 묻자, 배우는 영화 속 캐릭터로 보여야 가장 예뻐 보이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그 와중에도 예뻐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런 모습이 보이는 순간 관객에게 잘못 접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는 캐릭터에 충실하고 대신 무대 인사나 인터뷰 등 영화 홍보활동 할 때 한껏 예쁘게 꾸며요. 그럼 되는 거 아닌가요?(웃음). 영화를 볼 때 배우가 그 역할에 맞는 모습을 보이면 그게 가장 멋있고 예뻐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아픈 만큼 성장했다. 데뷔 후 10년 동안 매일 울며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을 이겨낸 지금 그는 누구보다 단단한 내공을 갖게 됐다고.

“대학교 졸업 후 아무도 절 안 찾아 줬어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회는 정말 냉정하더라고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제 외모가 배우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연기력으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데뷔 후 10년간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도망가지 않고 대놓고 아파했죠. 너무 외로웠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 버틴 것 같아요.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2009년 KBS 연기대상 여자 조연상, 2012년 제33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아직 ‘배우’라는 수식어가 너무나도 쑥스럽다고 했다. 그 어떤 말보다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고 그렇게 불렸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배우 문정희라고 말하는 게 아직도 쑥스러워요 설레기도 하고요. 10년이라는 긴 터널을 뚫고 나왔고 이제야 뭔가를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기에는 아직 먼 것 같고, 이제야 조금씩 뭘 해도 괜찮은 수준이죠. ‘잘한다’보다는 ‘괜찮다’는 표현이 더 적당한 것 같아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