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영미권의 청소년 성장소설을 국내판으로 번역하면서 ‘민주화’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왜곡한 출판사와 번역자가 논란에 휩싸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소설은 보수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회원들이 ‘파괴’의 의미로 사용하는 인터넷 용어 ‘민주화’를 그대로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소설가 제임스 패터슨(66)의 청소년 성장소설 ‘내 인생 최악의 학교 2’ 국내판에서 민주화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문장을 포착한 사진이 떠돌고 있다.
문제의 문장은 ‘너 아주 그냥 민주화됐잖아(바보처럼 당했잖아)… 민주화, 평, 커시드럴 행성에는 이곳만의 암호가 있다’고 번역한 92쪽의 마지막 부분에 있다. 원문에는 ‘가볍게 한 방 먹다’는 의미의 ‘got dinked’라고 적혀 있지만 번역자는 이를 ‘민주화’로 오역했다. 이는 같은 의미로 두 차례 사용됐고 다른 단어보다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민주화는 국가나 사회가 민주적으로 변모하는 현상을 의미하지만 일베에서는 ‘폭동을 일으키다’, ‘파괴하다’ 등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지난 5월에는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24)이 SBS 라디오(107.7MHz)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불거진 논란에 전효성은 곧바로 사과했지만 파장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인터넷에서 다시 한 번 민주화 논란을 일으킨 소설 ‘내 인생 최악의 학교 2’의 국내 출간일은 2012년 8월15일이다. 김모씨가 우리말로 옮기고 ‘미래인’ 출판사가 펴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출판사와 번역자의 자질을 지적하며 힐난을 퍼부었다.
네티즌들은 “일베에서 민주화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한 사실이 공공연하게 밝혀지기 전에 출간됐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높은 인터넷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번역자와 이를 확인하지 못한 출판사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거나 “번역자와 출판사가 고의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면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위해 처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