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앙정부 관리재정수지가 46조2000억원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상반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으로는 사상 최대치이다.
관리재정수지는 국세수입에서 총지출과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세금이 10조1000억원 덜 걷힌데 반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조기집행의 여파로 지출은 7조9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통합재정수지 역시 28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통합재정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낙관론을 펼친 지 나흘 만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현 부총리는 지난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근거없는 불안감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은 여타 신흥국과 달리 경상수지와 통합재정수지 모두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연간 기조로 보면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맥락으로 봐 달라”며 “하반기에는 경기활성화 대책의 효과 등으로 인해 세수부족 현상이 완화되고 상반기보다 재정 집행이 줄어들면서 세입여건이 나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세수입이 추경예산안에 미치지 못할 경우 5조~6조원 대의 불용 예산을 활용하고 기금 여유자금을 동원하면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따른 신흥국 위기 상황,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대외적 불안요소가 산재해 있어 후반기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예정인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발표된 7월 산업활동동향도 뚜렷한 개선 흐름과는 거리가 멀었다. 광공업 생산은 -0.1%를 기록해 지난 3월 이후 -2.4%~0.6% 범위를 오르내리며 활기를 되찾는데 실패하고 있다.
기재부는 “8월의 경우 서비스업생산은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있으나 자동차업계 파업, 절전규제에 따른 생산차질 등으로 광공업생산은 감소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어려운 나라살림과는 달리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우리 국민의 해외 관광 지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날 지난 1~7월 내국인의 해외 관광 지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늘어난 100억967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분기 내국인의 해외 카드 사용액 역시 25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광 지출 급증은 선진국 양적완화 등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7월까지 해외여행을 떠난 내국인은 864만6000여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9% 증가했다.
반면 관광수입은 줄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0만명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관광수입은 12억1860억 달러에 그쳤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액도 마찬가지였다. 올 2분기 외국인 등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1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월 누적 관광수지 적자는 22억453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늘어났다. 선정수 박은애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