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석기님 지지합니다. 힘내세요!”-“야이~ XXX야. 여기는 대한민국이라고.”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도착하자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이석기 석방’이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응원했지만 이 의원을 향해 험악한 욕설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의원은 오전 10시20분쯤 국가정보원 호송차를 타고 수원지법에 도착했다. 이 의원은 전날 구금 당시와 같은 검은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전날 수원남부경찰서 여성 전용 유치장에 혼자 구금됐던 이 의원은 취재진과 지지자들에게 당당하게 웃어 보였다. 밤새 잠을 못자고 뒤척였다고 알려진 탓인지 얼굴은 다소 수척해 보였다.
이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지지자들이 힘내라며 “이석기 파이팅”,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반대편에서는 “야이~ XXX야, 북한으로 올라가”와 같은 욕설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심경을 밝히기 위해 잠시 멈춰서려 했지만 뒤따라온 대여섯명의 국정원 직원들이 이를 막아섰다. 국정원 직원들이 이 의원을 이끌고 심문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이 의원은 불쾌한 듯 국정원 직원들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저항했다. 이 의원은 결국 정식 인터뷰를 하지 못한 채 심문실로 끌려 들어갔다. 이 의원은 이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혐의) 인정 안 합니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의원의 행동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자기가 개선장군인 줄 아나. 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라거나 “연예인병 걸렸나보네요.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주목 받고 싶어하나 봅니다”라는 비난 의견이 쏟아졌다.
현장의 소란은 이날 오후 이 의원이 영장실질 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빠져 나가는 도중에도 계속됐다. 한 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첩보가 나돌아 긴장감마저 흘렀다. 실제 한 보수단체 회원은 폴리스라인을 뚫고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했다.
이 의원은 수원 남부경찰서로 가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지지자들과 취재진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도 이 의원을 차량 안으로 떠 밀었다. 이 의원은 차량 탑승 직전 “진실과 정의가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습니다. 국정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완벽한 조작입니다”라고 외치듯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자신이 총책인 ‘RO(Revolution Organization)’ 조직원 130여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3∼8월 RO 조직원 수백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에 동조하는 발언과 북한 혁명가요인 ‘혁명동지가’, ‘적기가’(赤旗歌) 등을 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 의원에 대한 구속여부는 오후 9시 전후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전수민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