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위기의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해운·조선·철강·건설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힘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점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고민이다.
‘위기의 5년’ 동안 우리 자동차산업은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내며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의 입지를 다졌다. 국내공장 생산은 2008년 382만6000여대에서 지난해 456만2000여대로 19% 증가했다.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은 2008년 268만4000여대에서 지난해 317만5000여대로 18.3% 늘었다. 탄탄한 품질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발빠르게 공략했기 때문이다.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고도화시설, 고부가가치제품에 공세적으로 투자하면서 체질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2008년 376억 달러에서 지난해 562억 달러로 껑충 뛰면서 수출품목 1위에 올라섰다.
반면 2008년까지 수출 효자산업이었던 조선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선박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신규선박 발주량이 2008년 5392만CGT(수정 환산톤수)에서 2011년 2811만CGT로 급격하게 줄었다. 해운·건설·철강업도 긴 불황 속에 놓여 있다.
업종뿐만 아니라 기업 규모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대기업은 버릴 부분을 과감히 버리며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존폐 기로에 내몰렸다. 우리 수출에서 중견·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2.9%에서 2009년 36.9%, 2010년 34.5%, 2011년 33.0%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의 경쟁력이 차츰 떨어지고 있어 불안감이 높다. 최근 중국 내 시장점유율 하락,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도 ‘나쁜 신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