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일했다는 이정우(가명·55)씨는 “정년퇴직이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새로운 일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왔다”며 “대기업 협력사든 일반 중소업체든, 내가 가지고 있는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부 등이 주최하고 삼성, LG, 현대 등 13개 주요 그룹 106개 협력사와 80개 우량 중소·중견기업 등 186개사가 함께 한 ‘2013 중장년 채용한마당’이 12일 개최됐다. 오랜 경기침체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탓인지 행사장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중·장년층의 열기로 가득 찼다.
채용공고가 붙은 벽면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구직자들의 눈이 꽂혔다. 지난 5월 말 퇴직한 김평호(67)씨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퇴직 후 지난 3개월 동안 꿀맛같은 휴식을 취했지만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10년은 더 일할 생각”이라며 “항공 엔진 정비 관련 분야에서 해외영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비슷한 직무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퇴직자들은 대부분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살림과 육아 등의 이유로 사회생활을 접어야만 했던 30대 이상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함께 온 주부 이현주(40)씨는 채용공고 모음집을 보며 빨간 펜으로 계속 동그라미를 치고 있었다. 이씨는 “결혼 전 직장생활을 했지만 첫 아이를 낳으면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며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줘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이 탓에 새 일터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임혜령(51·여)씨는 “채용 공고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써있지만 실제로는 나이 때문에 이력서가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작은 회사라도 능력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행사장 안에는 업체별 상담 부스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구직자들이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한의건강검진관, 심리안정상담관 등도 있었다. 취업 준비를 돕는 이미지컨설팅관, 이력서·면접컨설팅관에도 사람이 붐볐다. 해외취업과 귀농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도 준비돼 있었다.
행사에는 7000여명의 구직자들이 몰렸다. 기업들은 이번 채용박람회를 통해 유통·서비스직 1033명, 연구·기술직 361명, 사무관리직 263명, 생산·품질직 258명, 영업직 147명 등 총 2062명의 경력직을 뽑을 예정이다.
양금승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대기업 퇴직인력들이 중소·중견기업에 많이 채용돼 기업의 경영혁신 및 기업역량 제고를 주도하고 경기불황 극복의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며 “박람회 이후에도 전경련 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우수인력 채용수요와 중장년의 구직수요가 잘 매칭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