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A씨(67·여)는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판사에게 호소했다. 술에 취해 자신을 폭행하고 흉기까지 겨눈 아들 B씨(45)를 용서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알코올 의존 증후군과 조울증을 앓아온 B씨는 최근 5년간 지방의 한 알코올중독 치료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상태가 호전되자 B씨는 지난 6월 퇴원해 모친 A씨 혼자 살던 서울의 한 아파트로 올라왔다.
그러나 퇴원 3일째 되던 날 B씨는 또다시 만취 상태로 새벽 2시를 훌쩍 넘겨 귀가했다. 술에 취한 아들은 어머니를 보자마자 자신을 병원에 가뒀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B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집어 어머니의 목에 겨누고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머리와 뺨을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아들은 존속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사결과 B씨는 예전에도 술을 마실 때마다 어머니를 때리고 욕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못난 아들까지 품는 어머니의 사랑은 남달랐다. 법정에서 A씨는 “내 자식은 정말 착한 아들이다. 내가 책임지고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하겠다”고 간청했다. 석방되면 또 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나는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모친의 눈물어린 호소에 아들은 실형을 면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오원찬 판사는 아들 B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보호관찰과 함께 80시간의 알코올중독 치료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