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국회에서 16일 열린 3자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말뿐만 아니라 옷차림으로도 상대에게 자신의 속내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는 서울광장에서 노숙 투쟁 중인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옷차림이 최대 관심거리였다. 최근 줄곧 체크무늬 남방 차림이어서 김 대표가 이날에도 같은 차림으로 나타날까봐 ‘드레스 코드’(의복 의전) 논란까지 빚어졌었다. 청와대는 ‘정장’ 차림을 요구했다가 민주당의 반발로 뒤늦게 실수였다고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 대표는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비교적 말끔한 모습이었다. 특히 흰색 물방울무늬의 세련된 넥타이까지 맸다. 다만 그는 노숙 과정에서 기른 흰 수염은 깎지 않은 채 회담에 임했다. 회담이 장외투쟁의 끝이 아니라 회담 이후 언제든 투쟁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위하는 듯 읽혔다. 김 대표는 실제 회담 뒤 서울광장 천막당사로 돌아가 노숙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 차림새도 눈길이 갔다. 박 대통령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짙은 회색 재킷과 바지를 입었다. 일반적인 정장 차림으로도 볼 수 있지만, 바지는 박 대통령이 과거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정치적 격전’을 치를 때 자주 입어 ‘전투복’으로 불리기도 했다. 화사한 색을 피하고 회색의 무채색을 입은 것도 수세에 몰리지 않고 강하게 대화에 임하겠다는 차원에서 고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검은색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의 전통적 정장 차림에 연분홍색 넥타이를 골랐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를 조율해야 할 역할 때문에 부드러운 이미지의 옷차림을 골랐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글=정건희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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