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명단 공개의 힘은 컸다. 건강보험료 고액·상습체납자의 실명이 공개되는 24일 밤 12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14명이 밀린 보험료를 인터넷뱅킹을 통해 송금했다. 총 6억3000만원. 2년 넘게 아무리 독촉해도 받아낼 수 없던 돈이었다. 뒤늦게 체납 보험료를 납부한 주인공 중에는 유명 여배우 A씨도 포함돼 있었다. 한 해 종합소득이 1억1751만원이나 되면서 2007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건강보험료 2542만7540원을 내지 않고 버티다 이날 보험료를 완납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종 공개 시점까지 밀린 보험료를 내지 않은 건보료 고액·상습 체납자 979명의 인적사항을 24일 자정부터 건보공단 홈페이지(www.nhis.or.kr)에 공개했다. 개인 335명, 법인 644명으로 총 체납액은 249억5700만원에 달한다. 건보공단 측은 당초 993명의 체납자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일부가 공개 직전 부랴부랴 밀린 보험료를 납부(분납 혹은 완납)해 제외됐다. 공개 대상자는 체납 발생일부터 2년이 지난 건보료, 연체료 및 체납 처분비의 합계가 1000만원 이상인 체납자다. 공개 항목은 체납자의 성명, 법인 상호, 나이, 주소, 체납액 종류·납부기한·금액, 체납요지 등이다. 이들의 평균 체납액은 법인과 개인이 각각 2912만원, 1850만원으로 집계됐다. 1억원 이상 체납자도 20명(개인 2명·법인 18명)이나 포함됐다.
체납자 중에는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자영업자 등이 다수 포함됐으며 개인 체납액이 가장 많은 경우는 4억840만원이었다. 변호사 K씨(55)는 2002년 12월부터 60개월간 건강보험료 7869만원을 체납했다. 대전 서구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월급여 710만원을 받고 있는데다 3000㏄, 2500㏄ 자동차 2대를 소유하고 있고 종합소득 2251만원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건보료를 안 내고 버티고 있다. 보유한 토지와 건물 가격이 재산과표상 225억6500여만원에 달하는 자영업자 P씨(50)도 2008년 7월부터 29개월간 7376만7235원의 건보료를 내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소재 법인 R건설은 종로구 소재 건물 등 여러 건의 부동산을 갖고 있음에도 2009년 2월부터 6개월간 밀린 1억3247만1320원의 건보료를 미납하고 있다.
건보공단 분석 결과, 공개 대상자 979명 중 자영업자와 연예인 등 지역 가입자가 200명(체납액 32억5400만원)이며 직장 가입자는 779명(217억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직장 가입자의 직종별 현황을 보면 개인(135명)의 경우 제조업이 46명(7억47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보건·사회복지사업(의사 등 병·의원 운영자 포함)이 21명(5억9800만원), 부동산·임대·사업서비스(변호사 등 포함) 20명(5억8800만원) 등 순이었다. 법인(644명)의 경우 역시 부동산·임대·사업서비스가 182명(57억3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 181명(44억6000만원), 제조업 136명(37억49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공단 관계자는 “공개 대상 체납자에 대해 병원 이용시 진료비를 전액 본인에게 부담시키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