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등이야 대체” 한국 양궁감독, 北여자선수들 혼내자…

“몇 등이야 대체” 한국 양궁감독, 北여자선수들 혼내자…

기사승인 2013-10-01 16:52:01
[쿠키 스포츠] 9월 30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의 파필론 경기장에서 열린 2013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대진 라운드가 끝나자 장영술 한국 양궁 총감독이 북한 여자 선수들을 찾았다. 그의 손엔 여자부 대진 라운드에 참가한 선수 115명의 순위가 담긴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그가 태블릿 PC를 한참 쓸어 올렸지만 북한 선수들의 이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장 감독의 타박이 시작됐다. “몇 등을 한 거야? 왜 이렇게 안 나와?” 북한 선수들은 주눅이 들어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까무러치겠습네다.”

70위권에 이르러서야 류은향(70위), 강은주(77위), 최성희(78위)의 이름이 나타났다. 장 감독은 이들 선수를 개인전 토너먼트 16강 또는 8강까지도 오를 능력이 있는 선수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들 선수가 이날 대진 라운드에서 하위권으로 처진 것이 못내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북한 선수들이 “훈련 때 1320점은 쏘았다”고 항변하자 장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 감독이 “훈련 때와 달리 오늘 왜 1260∼1280점에 머물렀는지 아느냐”고 묻자 북한 선수들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 큰 대회에 나설 때 지닐 마음 자세 등 원래 지닌 경기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기법에 대한 장 감독의 교육이 이어졌다. 북한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 감독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경청했다.

남한과 북한의 양궁 실력 차는 크다. 한국은 작년 런던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세계 최고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북한은 선수들의 기본기가 있지만 선진 기술이나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가 늦어져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차기 올림픽을 대비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여자부 3명, 남자부 1명 등 4명을 출전시켰다.

한편,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광주광역시청)는 대진라운드에서 4개 거리 144발 합계 1376점을 쏘아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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