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감독의 타박이 시작됐다. “몇 등을 한 거야? 왜 이렇게 안 나와?” 북한 선수들은 주눅이 들어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까무러치겠습네다.”
70위권에 이르러서야 류은향(70위), 강은주(77위), 최성희(78위)의 이름이 나타났다. 장 감독은 이들 선수를 개인전 토너먼트 16강 또는 8강까지도 오를 능력이 있는 선수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들 선수가 이날 대진 라운드에서 하위권으로 처진 것이 못내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북한 선수들이 “훈련 때 1320점은 쏘았다”고 항변하자 장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 감독이 “훈련 때와 달리 오늘 왜 1260∼1280점에 머물렀는지 아느냐”고 묻자 북한 선수들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 큰 대회에 나설 때 지닐 마음 자세 등 원래 지닌 경기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기법에 대한 장 감독의 교육이 이어졌다. 북한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 감독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경청했다.
남한과 북한의 양궁 실력 차는 크다. 한국은 작년 런던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세계 최고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북한은 선수들의 기본기가 있지만 선진 기술이나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가 늦어져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차기 올림픽을 대비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여자부 3명, 남자부 1명 등 4명을 출전시켰다.
한편,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기보배(광주광역시청)는 대진라운드에서 4개 거리 144발 합계 1376점을 쏘아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