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홍명보 “난 냉혹한 승부사… 자식같은 선수도 언제든 내쳐”

독기 품은 홍명보 “난 냉혹한 승부사… 자식같은 선수도 언제든 내쳐”

기사승인 2013-10-04 07:08:01
“나는 냉혹한 승부사다. 자식 같은 선수라도 언제든 내칠 수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의 과업을 어깨에 진 홍명보(44)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마음속에 독기를 품은 듯했다. 홍 감독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로드맵을 진솔하게 공개했다. 다음은 홍 감독의 발언 내용.

“2012년 런던올림픽의 영광은 잊었지만 경험은 잊지 않았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옥석을 가려야 한다. 내년 1월 전지훈련 때 K리그 선수들을 부를 것이다. 새 얼굴이 등장할 수도 있다. 3, 4월에 선수들을 지켜보고 5월엔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최종 선발할 것이다. 내년 5월이 가장 중요하다.

러시아의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고독하고 힘든 지도자 연수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제는 냉정해질 자신이 있다. 자식 같은 선수들도 언제든 내칠 수 있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나와 함께했던 선수들은 더 긴장해야 할 것이다. 기량이 떨어지면 곧바로 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기성용(24·선덜랜드)의 ‘SNS 파문’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영국에서 기성용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네가 일으킨 문제니까 네가 해결하라’고. 기성용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더라. 일단 브라질, 말리 평가전에서 기성용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하지만 먼저 최강희 전 국가 대표팀 감독에게 사과해야 한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으면 그냥 돌려보낼 것이다.

박주영(28·아스날)의 경우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누구든 팀에서 6개월 이상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면 뽑을 수 없다.

이동국은 현재 A매치 99경기에 출전했다. 한국축구를 위해 헌신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방식으로 선수들을 이끈다.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건 딕 아드보카트 전 대표팀 감독에게 배운 것이다. 당시 난 코치로 있었는데, 아드보카트 감독은 어떤 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내게 지시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 경영’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후 난 선수들을 절대 다그치지 않았다. 대신 대화를 시도했다. 감독의 일방적인 지시에 익숙해 있던 선수들은 처음엔 당황해 입을 열지 않더니 시간이 지나자 달라졌다. 창의적인 축구를 하려면 선수들이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A매치 경기에서 1승3무2패를 했다. 국가 대표팀 감독이 이기지 못하면 창피한 노릇이다. 하지만 눈앞의 성적보다 브라질월드컵 때의 성적이 더 중요하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은 ‘오대영’이라고 불리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자기 원칙을 고수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신화를 썼다. 나도 현재의 시행착오를 자양분으로 삼을 것이다. 팬들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이제 팬들이 원하는 부분도 충족시켜야 한다. 느낌 아니까!”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속보유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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