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선덜랜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표정은 굳어 있었다. 지난 7월 ‘SNS 파문’을 일으킨 기성용은 브라질과의 평가전(12일·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8일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한 뒤 취재진과 만나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님을 직접 뵙고 사과드리는 게 옳은 일이지만 최 감독님이 날 만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계셔서 내려가지 못했다”며 “최 감독님에 대한 사과가 늦은 것은 내 잘못이다. 제때 사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SNS 파문’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앞으로 축구인생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대답했다. 이어 “SNS 파문으로 많은 분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 이제 말보다는 경기장에서 행동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브라질과의 평가전에 대해 “어떤 경기보다 기대감이 크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세계 최강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뛰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경험이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홍명보호에 처음으로 승선한 기성용은 “홍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원하는지 알고 있다”며 “홈에서 치르는 평가전인 만큼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기성용은 지난 몇 달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SNS 파문’이 덮친 데다 예전 팀인 스완지시티에서 주전으로 밀릴 것. 이번 시즌 스완지시티를 떠나 선덜랜드에서 임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기성용은 “미카엘 라우드롭 스완지시티 감독과는 아무 일도 없었다. 경기에 출장하고 싶었고,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가치가 살아나기 때문에 임대 결정을 한 것이다”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선덜랜드는 현재 1무7패(승점 1)로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파올리 디 카니오 선덜랜드 감독은 성적 부진 때문에 경질됐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8일 거스 포옛 전 브라이턴 앤드 오브 알비온(2부 리그) 감독이 선덜랜드의 차기 감독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기성용은 선덜랜드 생활에 적응했다며 “감독이 바뀌어도 내게 달라진 건 없다. 새 위치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더 쓰고 있을 뿐이다. 임대 신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용의 합류에 대해 다른 태극전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레버쿠젠)은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게 돼 기대된다.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을 겪었는데 동료로서 옆에서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은 “내가 그런 일을 당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기성용은 여전히 대표팀의 동료이자 친구”라고 말했다. 이청용(볼튼)은 “기성용은 솔직하고 마음에 없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며 사과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파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