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14년 만에 앵커로 돌아온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프랑스 르몽드 창간자 위베르 뵈브메리의 말을 인용해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지도 한 달이 됐다.
손 사장을 앵커로 수혈한 JTBC ‘뉴스 9’는 지난달 16일 첫 방송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종합편성채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시청자들이 관심을 드러냈고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잇따라 기대감을 표했다. JTBC 이미지를 일순간에 바꿔 놓은 이른바 손석희 효과였다. 대담 형식의 일대일 인터뷰와 이원으로 연결한 기자와의 문답, 방송 말미 여론조사 결과를 알리는 방식 등도 미국 드라마 ‘뉴스룸’과 비교되며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복귀 첫 작품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인터뷰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의 인터뷰에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시절을 연상시킨다며 송곳 질문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
손 앵커의 귀환은 실제 시청률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손 앵커가 돌아온 첫 날인 지난달 16일 ‘뉴스 9’ 시청률은 1.49%(이하 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집계됐다. 전날(0.80%)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17일은 2%대를 넘겼고 18일(1.22%)과 19일(1.70%)에도 1%대를 유지하며 종합편성채널 메인 뉴스 1위를 차지했다. 30일까지 평균 시청률도 1.06%로 손석희 투입 이전(9월1일~15일) 0.95%에 비해 0.11%P 상승했다.
하지만 손석희 컴백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추석 연휴와 맞물린 20일(0.59%)부터 ‘뉴스 9’ 시청률은 다시 0%대로 곤두박질쳐 10월 초까지 이어졌다. 이같은 시청률 하락을 두고선 다양한 견해가 엇갈렸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손석희 개인의 화제성에만 너무 매몰된 채 정작 뉴스의 질은 다른 종편들과 대동소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손석희 하면 떠오르는 ‘시선집중’ 시절 포맷을 그대로 옮긴 것 아니냐며 다소 지루하다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JTBC의 사실상 모기업인 삼성그룹 관련 비판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가장 뼈아프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선 손 앵커의 ‘뉴스 9’가 지난달 25일 삼성전자 본사 앞 직업병 피해자 인권침해 기자회견을 다뤘지만 단신에 그쳤고 대기업과 비정규직 등 경제와 노동 현안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이를 의식한 듯 ‘뉴스 9’는 14일 삼성의 노조 와해 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손 앵커는 이 문건을 입수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스튜디오에서 8분 가량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