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배우 박중훈(47)이 감독으로 데뷔한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톱스타’를 통해서다. ‘톱스타’는 스타의 꿈을 좇는 젊은이들 이야기로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 등이 열연했다. 박중훈이 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이 영화엔 추악한 연예계 뒷이야기도 녹아있다.
1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중훈을 만났다. 영화감독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 있는 그는 “초조해서 최근 열흘 동안 거의 잠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왜 영화 연출에 뛰어든 건가.
“젊을 때는 ‘성취’가 삶의 목적이었다. 인기를 얻고 돈을 벌고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이런 것들이 내 삶의 전부였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어느 순간 내 인생에서 부끄러웠던 지점들이 생각나더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난 거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영화감독이 되겠다 결심하기까진 어떤 계기가 있었을 텐데.
“결정적인 건 영화 ‘체포왕’(2011)을 찍을 때였다. 내 연기가 새롭지 않더라. 스스로 이렇게 평가할 정도면 관객들은 내게 얼마나 식상한 감정을 느끼겠나.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계기가 된 거 같다.”
-감독이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었나.
“후회보단 막막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았다. 시나리오 쓸 땐 매일 아침 내 앞에 시커먼 절벽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 시나리오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투자는 받을 수 있을까’ ‘캐스팅은 어떻게 해야 하나’…. 평생 (출연) 의뢰를 받고, 마음에 안 들면 거절하는 위치에서 살아오다 반대 입장이 돼보니 ‘멘붕’이 오더라(웃음).”
-후배 배우들에게 출연 제의를 했다 거절당하기도 한 건가.
“당연하다. 나는 신인 감독이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 작품이 성공해도 포커스는 나한테 집중되는, 그런 영화 아닌가. 거절을 당해도 이해를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은 정말 힘들었다.”
-감독에 처음 도전하며 느낀 점도 많았을 거 같은데.
“배우는 감정을 보여주는 일이고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일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매우 낯설다. 안 쓰던 근육을 쓰는 느낌이랄까. 근육통을 앓고 있는 기분이다(웃음).”
-배우로 일할 때와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뭐였나.
“법정을 예로 들어 보겠다. 나는 검사나 변호사 신분으로 법정이라는 영화판에 굉장히 많이 가봤다. 하지만 판사는 한 번도 안 해봤다. 감독은 판사다. 난 이번에 판사 자리에 처음 앉아봤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최종 결정에 따른 책임감이다. 배우를 할 때와는 무게감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들 시선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만 지켜본다. 촬영장에서 화를 한 번 도 안 냈다. 좋은 리더는 화를 내서는 안 된다.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소통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감독으로서 계속 영화를 만들 생각인가.
“배우로서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당연히 배우 활동도 할 것이다. 감독을 해보니 내 성격과 잘 맞는 거 같긴 한데, 이런 생각만으로 가능한 건 아닐 거 같다. 상업적인 성과를 내는 게 우선은 중요하니까. 혹시 앞으로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자유롭게 더 많은 걸 표현해보고 싶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