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열혈 팬인 이윤아(29·여·사진) SBS 아나운서가 LG의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울분을 토로했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 아나운서는 LG가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탈락을 확정한 20일 오후 6시쯤 트위터(@una0200)에 “유광잠바(LG의 상징 의상)를 입고 대구로 가겠다. 혼자라도 LG가 왔다고 외치겠다. 목요일(24일)에는 방송 때문에 못가고 금요일(25일)에 KTX를 타고 가겠다. LG팬들 대신 ‘무적 엘지(LG의 구호)’를 외치겠다. 한국시리즈를 지켜보겠다. 우리를 떨어뜨린 당신(한국시리즈 진출 팀)들이 폭죽을 터뜨릴 때까지 분석하겠다”고 적었다.
LG가 2002년(한국시리즈 진출·준우승) 이후 11년 만에 맞은 ‘가을야구’를 닷새 만에 끝낸 아쉬움과 ‘잠실 라이벌’ 두산에 당한 완패의 좌절감을 토로한 발언이었다. 이 아나운서는 밝게 웃는 두산의 투수 유희관(27)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듯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내가 대신 때찌해(때려)줬으니 우리 이제 울지 마요”라고 적었다.
두산과 삼성 라이온즈 등 한국시리즈 진출 팀들에 대한 비난보다 귀여운 느낌으로 LG팬들을 다독이기 위한 트윗이었다. 그러나 이 아나운서의 트윗을 바라보는 두산과 삼성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고조된 축제 분위기에 재를 뿌리고 상대 팀 팬들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대구구장에서 홀로 유광잠바를 입고 LG를 외치겠다는 계획과 ‘우리를 떨어뜨린 당신들’이라는 표현이 이들을 자극했다.
트위터의 두산과 삼성 팬들은 이 아나운서에게 멘션(트위터 댓글)을 달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나도 존중을 받는 팬심이 아닌 상대를 깔아뭉개고 나만 존중을 받겠다는 팬심으로 보인다(@km****)”거나 “왜 이웃집 잔치에 재를 뿌리려 하는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br*****)”며 힐난을 퍼부었다. 아나운서로서 중립을 지켜달라는 항의도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특정 팀을 응원하는 마음은 알지만 나머지 8개 팀 팬들의 마음도 헤아려 달라(@ro****)”고 당부했다.
이 아나운서는 문제의 트윗을 곧바로 삭제하고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3년 연속으로 관전했고 올해에도 폭죽이 터지는(우승팀을 확정하는) 순간까지 함께 하고 싶었다는 말이었다”며 “야구장으로 가기 무서워진다. 화난 분들의 댓글을 보니 심장이 철렁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김현섭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