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예매 창이 열리는 순간 장씨는 예매를 포기했다. 2시 정각에 창이 열리자마자 잠실야구장 지정석인 레드석과 옐로석이 모두 매진됐다. 장씨는 결국 야구장 앞에서 옐로석 암표를 15만원에 구입했다. 정가 3만원의 5배 가격이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아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야구팬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연간 600만 관중이 찾는 프로야구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야구팬 이모(32)씨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 ‘KBO의 구단 선발권(先發券) 및 계열사 티켓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구단 선발권은 인터넷 예매 전에 경기를 치르는 구단에서 먼저 사가는 표다. 각 구단은 이렇게 미리 확보한 표를 구단 관계자나 계열사 직원 등에게 나눠주곤 한다.
이씨는 신청서에서 “구단 선발권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전체 좌석의 30∼60%를 해당 구단의 모기업과 계열사 임직원, 그 가족과 지인에게 특혜 배분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해마다 포스트시즌이면 구단 선발권이 전체 입장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포스트시즌에는 잠실구장(2만7000석)과 사직구장(2만8500석) 입장권 중 1만4000여장씩이 구단 선발권으로 발행됐다. KBO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야구단을 운영하는 터라 이 정도 혜택은 제공할 수 있다”며 “올해 구단 선발권이 몇 장 배정됐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 포스트시즌 입장권은 인터넷 쇼핑몰 G마켓에서 단독 판매한다. 한국시리즈 예매는 자동응답전화(ARS)와 스마트폰 예매 애플리케이션(앱)도 사용할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해 상당수가 G마켓 창구로 몰릴 전망이다. 이곳에서 팬들이 예매 전쟁을 치르는 사이 공짜로 풀린 구단 선발권은 암표로 둔갑하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31·여)씨가 16일 잠실구장 앞에서 구입한 암표에는 “이 표는 구단 선발권으로 판매나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21일 오후부터 시작된 한국시리즈 입장권 예매는 23일 오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씨는 “정말 어렵게 표를 구해 들어간 경기장에서 한 구단 계열사 직원 12명이 나란히 앉아 관람하는 걸 봤다”며 “팬들을 차별하는 구단 선발권이 사라져야 프로야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