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이영표(36·이하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관중으로부터 받은 기립박수는 마틴 레니(38·스코틀랜드) 감독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레니 감독은 28일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경기장에서 열린 콜로라도 래피즈와의 2013년 북미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최종전에서 3대 0으로 앞선 후반 45분 수비수 이영표를 공격수 에릭 후르타도(23·미국)와 교체했다.
레니 감독이 후반 추가시간을 더해 3분여를 남기고 전술과 무관한 교체를 단행한 이유는 이영표의 은퇴 순간을 빛내기 위해서다. 이영표가 동료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심판이 교체를 알리자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이영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그의 이름을 영문으로 적은 걸개와 태극기가 휘날렸다. ‘이영표 선수, 밴쿠버에서 뛰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글로 적은 팻말과 이영표의 초상화를 그린 대형 태극기도 등장했다.
이영표는 사이드라인에서 후르타도와 손을 맞잡을 때까지 동료와 일일이 포옹하며 그라운드 밖으로 나왔다. 1분 넘게 걸린 이영표의 작별인사에 심판의 제지나 콜로라도 선수들의 항의는 없었다. 이영표는 벤치에서 기다리는 레니 감독을 껴안으며 감사를 표했다.
밴쿠버의 3대 0 완승으로 끝난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이영표를 위한 무대였다. 레니 감독은 이영표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 예우했고 공격수 카밀로 산베조(25·브라질)는 전반 43분 페널티킥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이영표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공을 건네는 세리머니로 존경을 표했다.
이영표는 경기를 마친 뒤 “어린 시절부터 꿈꾼 은퇴의 순간은 이런 것이었다”며 “행복했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