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잦은 설계변경(물가변동비 반영 포함)으로 2조4062억원의 공사비용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병호 의원(민주당·부평갑)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 이후 계약한 30억원 이상 공사 628건 중 83.2%인 523건에서 총 2167회의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 2조4062억1500만원을 더 지출했다.


부문별로는 주택건설 부문에서 330건의 공사 중 88.2%인 291건이 평균 4.5회의 설계변경을 통해 9572억1200만원을 더 지출했다. 단지건설 부문에서는 298건의 공사 중 77.9%인 232건의 공사가 평균 4.0회의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비 1조4490억300만원을 더 썼다.

개별공사로는 롯데건설이 시행한 ‘남양주 별내지구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2공구)’가 7번의 설계변경으로 당초 공사비 626억3400만원의 72.7%에 해당하는 455억3900만원이 급등해 가장 많이 인상됐다.

2위는 남광토건이 시행한 ‘김포한강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1공구)’로 441억5700만원(62.5%)이 증가했고, 3위는 대우건설이 시행한 ‘성남단대 재개발사업지구 아파트건설공사(1공구)’로 393억2100만원(34.1%)의 공사비가 늘었다.

가장 많은 사업비 인상 혜택을 본 건설사는 한신공영으로 142회의 설계변경으로 1737억7700만원의 공사비가 인상됐다. 이어 55차례 설계변경을 한 대우건설이 1194억8700만원, 40차례의 설계변경을 한 롯데건설이 1067억6700만원의 공사비를 더 챙겼다.

이처럼 공공발주공사의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원인에는 최저가 낙찰을 통해 일단 공사를 수주한 후 설계변경을 통해 수익을 보완하는 건설업계의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를 관리해야할 감독관청도 건설사가 요청할 경우 엄격한 심사 없이 설계변경을 용인하는 관행도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문 의원은 “공정이 복잡하고 민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건당 평균 4.14회의 설계를 바꿔 46억79만원의 공사비가 증가하는 정도면 국민은 공공기관의 설계 자체를 불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담당할 상설기구를 설치해 경제성과 타당성을 엄밀히 검증하고, 불필요한 설계변경을 통해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사후평가제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