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17일 성인사이트 ‘소라넷’의 도메인 ‘soramoon.info’가 차단됐다. ‘soraday’에서 ‘soramoon’으로 도메인이 바뀐 지 한 달을 훌쩍 넘겨서다. 그동안 방통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소라넷 도메인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열흘 정도면 차단해 왔지만 이번은 달랐다. 소라넷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정부가 지쳐 간다. 승리가 눈앞이다”며 환호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올 들어서만 소라넷 URL을 10번이나 차단했다”며 “직원 14명이 소라넷을 비롯한 모든 음란 사이트와 게시물을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소라넷은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다. 회원 100만명, 합성 누드 사진 200만건, 음란 동영상 1만건, 평균 조회수 5만건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지에 서버를 두고 1999년 6월 개설된 소라넷은 10년 넘게 그 명맥을 이어왔다. 2004년 서울 강남경찰서가 음란물 유포 혐의로 소라넷 대표 등 71명을 적발했지만 음지의 성(性)을 찾는 이들의 발길 덕에 소라넷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소라넷은 ‘기동전’으로 정부를 농락한다. 정부가 도메인을 차단하면 1시간도 안돼 바로 다른 도메인이 트위터로 이용자들에게 ‘공지’된다. 새 도메인 주소를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퍼 나르며 사이트의 건재함을 알리는 네티즌도 부지기수다. 30일 한 포털사이트에 ‘소라넷 주소’를 검색하니 바뀐 소라넷 도메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소라넷에선 적나라한 성적 표현을 담은 음란 사진과 동영상이 무분별하게 유포된다. 이를 이용한 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8월 소라넷 배너광고로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를 팔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4월에는 여중생 알몸 사진을 소라넷에 올린 남성이 구속됐고, 최근에는 유명 아이돌 가수의 합성 누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의 단속은 지지부진하다. 방심위 관계자는 “맡은 업무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2009년 6809건에 그쳤던 방심위의 음란물 심의 건수는 지난해 1만5076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이미 지난해 심의 건수를 훌쩍 넘은 2만3448건을 기록했다. 방심위 정희영 유해정보심의팀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2011년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방심위가 심의하는 음란물 업로드 단속 건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이 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경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고 운영자도 외국에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소라넷에 통용되는 음란 사진 등이 무분별하게 인터넷상으로 유포되는 것이 문제”라며 “실질적인 공급원을 막을 수 없다면 유해한 정보가 사이버 공간에 퍼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이화영 성폭력상담소장은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것”이라며 “성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