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논현동 클럽 유병준 부대표
[쿠키 문화] 국내 최대 규모의 클럽 부대표도 일부 젊은이들의 왜곡된 클럽 문화를 우려했다. 음악과 춤이 아닌, 술과 즉석만남을 위한 곳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클럽 업계에서는 이를 바로잡아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매출 감소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 22일 만난 서울 논현동의 O클럽 유병준(40·사진) 부대표는 차분한 말투로 고민을 털어놨다. 이 클럽에는 주말이면 하루 2000∼3000명의 놀 줄 아는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유 부대표는 우리나라에 클럽이 들어서고 발전해 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 클럽이 처음 생기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홍대 클럽에서 ‘디제이 비제이(DJ Beejay)’라는 이름으로 DJ 활동을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지났다. 당시 클럽엔 화가, 시인 등 예술적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음악을 들었고, 춤을 즐겼다. 그러나 클럽의 수입은 변변찮았다. 유 부대표가 전한 우리나라의 초기 클럽은 가난했다.
홍대를 중심으로 클럽들이 음악 장르를 힙합으로 바꾸자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2000년대 초 클럽데이가 생기면서 클럽들은 대박을 치기 시작했다. 이후 클럽은 규모와 수를 키워 갔다. 클럽에서 음악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찾는 젊은이들이 생긴 건 이때부터다.
이들은 즉석만남을 노리고 클럽을 찾았다. 그러기 위해선 술이 필요했다. 한 케이블 방송에서 남녀가 몸을 밀착한 채 춤을 추는 ‘부비부비’를 소개하자 이 행위는 유행처럼 번졌다. 음악과 춤을 즐기던 클러버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많은 클럽들은 이들 손님을 배제할 수 없었다고 유 부대표는 전했다.
DJ들은 찬밥 신세가 됐다. 일부에선 음악이 남녀가 만나는 데 분위기를 띄우는 배경음악으로 전락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유 부대표는 “순수하게 음악이 중심이던 초기 클럽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음악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클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클럽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클럽이 젊은이들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보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그러기 위해 ‘더 나은 음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O클럽은 지난 6월부터 매달 한 번씩 클래식 아티스트를 초빙해 공연하는 ‘클랑 콘서트’를 시작했다. 이달 말을 목표로 클럽 DJ들의 앨범도 준비 중이다. 유 부대표는 “클럽은 다양한 문화를 제공해 주는 장소일 뿐”이라며 “주변에서 남이 뭘 하든 신경 쓰지 말고 새로운 음악을 경험하고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