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19일 “명부에 기록된 희생자 수가 적은 것은 피살자 중 국내 연고가 있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에서 조선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이 대규모로 자행됐지만 국내에서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희생자 숫자가 예상보다 적지만 이 명부는 관동대지진 당시 희생자 이름 이외에 본적, 나이, 피살일시, 피살 장소, 피살 상황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사망원인은 ‘지진으로 사망’ ‘경찰서 유치장 등에서 순국’ 등으로 기재돼 있으며 학살방식도 피살, 타살, 총살 등 다양하게 기록돼 있다.
당시 경남 합천군에서는 이모(26)씨와 동갑내기인 아내, 이씨의 동생(17)과 두 살배기 아기 등 일가족 4명이 모두 학살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별 신고된 희생자수는 경남이 189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80명, 강원 8명, 충남 7명, 경기(서울 포함) 5명, 충북 1명이었다. 전쟁 당시 행정력이 안정적으로 미치는 경상도 지역에 희생자들이 집중돼 있다.
국가기록원 측은 “그동안 관동대지진과 관련한 자료가 부족해 국내외 학술연구가 어려웠다”며 “이번 명부 발견을 계기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