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수’ 임창정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가 됐으면…”

‘창수’ 임창정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가 됐으면…”

기사승인 2013-11-21 15:03:00

[쿠키 연예]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느꼈어요. ‘이 영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 제가 코믹한 이미지가 강해서 진지한 느낌의 배역은 (섭외가) 잘 안 들어오는 편인데 이 시나리오는 달랐어요. 남자의 ‘진심’을 진중하게 그려낸 내용이었죠. 감독님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말했어요.”

배우 임창정(40)이 영화 ‘창수’(감독 이덕희)에 갖는 애정은 각별해 보였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을 때 그는 ‘창수’에 대한 자랑을 끝없이 늘어놓았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돼 정말 기뻤다” “혹시 내게 출연 요청이 안 들어왔다면 영화사에 직접 찾아가 시켜달라고 부탁이라도 했을 거다. 이런 생각까지 들게 한 작품은 ‘창수’가 처음이다”….

임창정이 맡은 역할은 ‘밑바닥 인생’의 전형을 보여주는 삼류건달 창수 역이다. 슬플 창(愴)에 목숨 수(壽)를 더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의 인생은 비루하고 처참하다. 남의 징역을 대신 살아주는 ‘징역살이 대행업자’로 연명하는 창수에겐 가슴에 품은 꿈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창수는 한 여자를 만나 난생 처음 사랑에 빠지면서 달라진 삶을 살게 된다. 문제는 여자가 한 ‘조직’ 두목의 애인이었다는 것. 음모에 휘말린 창수는 누명을 쓰고 또 다시 교도소로 향한다. 그리고 10여년이 흘러 50대가 돼서야 출소해 다시 세상을 마주한다.

“누아르 영화라고 홍보되고 있는데 ‘누아르’라는 단어 때문에 대중이 오해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창수’는 거친 남자들 얘길 다룬 ‘범죄와의 전쟁’(2012) ‘신세계’(2013) 같은 영화와는 달라요. 오히려 ‘파이란’(2001)과 비슷한 부분이 많죠. 감독님이 ‘파이란’에서 조감독을 맡은 분이기도 하고요.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어요.”

창수를 연기하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을까. 임창정은 중년(中年)의 창수를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고 답했다. 그는 “특수 분장도 생각해봤지만 연기만으로 나이가 든 창수를 표현하는 게 덜 어색할 것 같았다”며 “50대인 창수를 연기할 땐 목소리를 어떻게 바꿔야할지, 표정은 어떻게 지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영화를 본 분들이 좋게 평가해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창정은 1990년 ‘남부군’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숱한 작품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특히 ‘비트’(1997) ‘색즉시공’(2002) ‘위대한 유산’(2003) 등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는 발군이었다. 그가 말하는 연기 철학은 단순명쾌했다. 연기는 단 한 순간도 연기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거였다.

“‘창수’를 찍으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그냥 창수로 (촬영이 진행되는) 3개월 동안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창수로 살고 있는 저를 카메라가 담아내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임창정에게 2013년은 특별했다. 4년 만에 가수 활동을 재개해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 ‘창수’를 만났다. 그리고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결혼 생활 7년 만이었다.

“그제(18일) 첫 눈이 내렸잖아요? ‘올해도 다 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언젠가 시간이 흘러 내 인생을 돌아볼 시기가 온다면 2013년이 ‘2순위’ 정도로 떠오를 거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해는 영화에 처음 출연한 해이고요. 왜 올해가 제게 특별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긴 힘들 거 같아요. 그냥 ‘느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창수’는 28일 개봉한다. 임창정은 영화 프로모션 일정을 마치는 대로 정규 음반(12집)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내년 3월부터는 전국 투어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 음반에선 발라드의 비중이 많이 낮아질 거예요. 댄스나 미디엄 템포의 노래가 수록곡 중 70% 정도를 차지할 겁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도 계속 할 거예요.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많은 일을 한꺼번에 몰아쳐서 해내는 스타일인데, 내년이 그럴 거 같아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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