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쉽게 돈 버는 산업은 제약산업

한국에서 가장 쉽게 돈 버는 산업은 제약산업

기사승인 2013-11-28 09:27:00
의원협회, 원료의약품 제조 미약하고 약 70%를 수입에 의존



[쿠키 건강]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가 국내 제약산업에 대해 “원료의약품조차 제조하지 않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가장 쉽게 돈 벌고 있는 산업”이라고 비판했다.

의원협회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엑스포지 복제약 품질정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하는 민원을 신청해 답변내용과 답변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결론내렸다.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항고혈압제인 ‘엑스포지정’의 재심사기간이 지난 4월 만료됨에 따라 10월부터 현재까지 170여 개가 넘는 엑스포지 복제약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은 어느 약이 우수한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복제약의 성분이 엑스포지와 동일하다는 것과 약품가격 외에는 품질, 안전성, 유효성 등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원협회는 식약처의 답변내용과 답변자료의 분석을 통해 현재 국내 제약산업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먼저 의원협회는 엑스포지의 주요성분인 발사르탄과 암로디핀베실산염이 DMF 등록대상인 원료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을 확인했다.

등록대상 원료의약품을 의미하는 DMF(Drug Master Files)로 지정되면 해당 제조소 시설, 제조 및 품질 관련 제반 서류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적합한 품목만 완제품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DMF로 지정된 원료의약품 품목이 전체 원료의약품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DMF 등록을 위한 사전품질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의원협회가 지난 11월 4일 기준 발사르탄의 원료의약품 등록현황을 살펴본 결과, 발사르탄 성분의 DMF 등록번호는 총 66개였으며, 등록업소는 46개, 원료의약품 제조소는 38개소였다.

또 원료의약품 제조소의 국가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DMF에 등록된 총 66개의 원료의약품 중 우리나라는 인도의 28개소(42.5)에 이은 21개소(31.8%)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그 뒤는 중국 11개소(16.7), 스페인 2개소(3.0), 스위스 1개소(1.5), 아일랜드 1개소(1.5), 영국 1개소(1.5), 이스라엘 1개소(1.5) 등의 순이었다.

다시 말하면 국내에서 원료의약품을 제조한 경우는 전체의 31.8%에 불과했고, 수입한 경우가 68.2%에 달한 것이다.

또 지난 11월 4일 기준 암로디핀베실산염의 원료의약품 등록현황에 따르면 원료의약품 등록번호 수는 총 59개였으며, 등록업소는 45개소, 원료의약품 제조소는 30개소였다.

DMF에 등록된 총 59개의 원료의약품 중 우리나라는 17개소(28.8%)로 인도 34개소(57.6%) 다음으로 많았다.

국내에서 원료의약품을 제조한 경우 역시 28.8%에 불과했고 외국에서 수입한 경우가 7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발사르탄과 암로디핀베실산염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등록업체가 각각68.2%, 71.2%(평균 69.6%)인데, 이는 원료의약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국내제약사가 아주 많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의원협회는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원가가 별로 들지 않는 복제약에 높은 가격을 책정해주고, 특별법도 만들어 혁신형 제약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의약품 제조의 가장 근간인 원료의약품을 외국에서 수입해다 쓴다는 점에서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정책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약산업을 육성하려는 이유는 제약주권을 지키고 신약을 개발해 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작 국내 제약사는 원료의약품마저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는 “제약주권이 이미 외국에 넘어간 것”이라며 “외국 제조소는 더 많은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는 반면, 국내 제약사는 원료의약품을 제조하는 기술력조차도 뒤쳐지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신약개발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협회는 엑스포지 복제약 역시 상당수의 제약회사가 자사의 생산라인을 하나도 가동하지 않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등록업체가 해외에서 싼 가격으로 구입한 원료의약품을 가지고 특정 제약회사가 완제품을 만들면, 그 제조회사와 생동성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거나 위탁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의원협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복제약에 오리지널약의 92%에 달하는 높은 가격을 책정해주었다”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산업은 아마도 제약산업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식약처에 대해 “수입 원료의약품의 수입가격을 공개해 가격거품이 끼었는지를 국민들이 알 수 있게하고 복제약의 생산이력과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의 결과 역시 공개해 의사들이 어느 약이 우수한 약인지 알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일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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