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36번지에 위치한 갤러리 옵시스 아트(대표 김웅기)는 영화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이 1964년 결혼한 후 신혼살림을 살았던 집이다. 국제갤러리 뒤편 정독도서관 가는 길 왼쪽 작은 골목길에 한옥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에 지어진 2층 양옥이다. 이 집을 리모델링해 갤러리가 들어섰다.
이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젊은 여성작가 2명의 개인전이 동시에 열린다. 1층에서는 정경심(38) 작가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2층에서는 차혜림(34) 작가의 ‘이루어지는 방(Wonderwall)’이 마련됐다. 1층 전시를 보고 나와 2층으로 올라가 볼 수 있다. 두 작가는 작업 방식이나 분위기는 서로 다르지만 열정만은 닮았다.
밥상 그림으로 잘 알려진 정경심 작가는 마흔을 앞둔 여성으로서 청춘을 떠나보내며 느끼는 아쉬움을 담은 회화를 선보인다. 각양각색으로 활짝 피어 있는 꽃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화려하게 만개해 눈에 더 띄는 꽃 한 송이. 절정에 달했지만 이제 시들 일만 남았다. 작가는 이런 감정을 꽃이나 과일, 늦가을 들판 등 주변의 사물과 자연에 이입했다.
원래 국문학도였지만 그림이 그리고 싶어 그만두고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그는 최근 수년째 먹 대신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해왔다. 그는 “한지에는 채색을 한 번에 할 수가 없어 여러 차례 계속 색을 올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감정이 가라앉아버려 늘 아쉬웠다”며 “재료만 바뀐 것일 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나 조형의식은 여전히 동양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차혜림 작가는 인터넷이나 잡지, 엽서 등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작업에 끌어들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회화와 설치, 퍼포먼스 등으로 풀어낸다. 작업 이미지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2011년 ‘교환 X로서의 세계’라는 소설을 내기도 했다.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번외편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며 “작품 속에서 여러 겹의 이미지들이 서로 충돌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설치와 회화를 함께 선보였는데 이번 전시를 앞두고 작업 방식에서도 변화를 모색했다.
여러 이미지를 끌어들이는 대신 한 이미지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자신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어서 한 번씩 작업에 변화를 모색하는데 이번엔 그림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한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02-735-1139).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