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 총리는 책머리에서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국정의 중요성과 위기관리의 엄중함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후배 공직자들에게 공인의 자세와 조건에 대해 함께 성찰해보고 정책 마인드의 요체와 소통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싶었다”며 “행정의 9할은 대화와 소통”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또 “소통의 핵심은 체감”이라며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치, 체감하지 못하는 행정은 불통의 정치요, 일방통행의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극한의 여야 대치와 정치실종 등 이른바 ‘불통정국’에 대한 충고로 읽힌다.
회고록에는 대한민국 정부 행정의 진화 과정에 대한 증언, 공인에게 소통이 가지는 중요성, 행정과 소통의 요체 등이 담겼다. 역대 대통령과의 관계와 뒷이야기도 담았다.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한보사태 때 김 전 대통령이 “총리를 맡아 사태를 수습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대목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총리로서 헌법 정신 위반과 국정 편법 운영에 대한 항의로 신임 각료 제청을 거부한 일화 등이 눈길을 끈다.
고 전 총리는 책에서 “공직자로서 나의 개인사는 당연히 한국의 현대사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며 “시대 변화에 따르되 한편으로는 시대 변화를 촉진하고, 시대 변화가 만들어내는 갈등을 완화하고, 그림자를 치유하는 것이 공직자의 삶이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