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얼마전 한국을 첫 방문한 이탈리아 기자가 당황스런 질문을 던졌다. “몇년 전 TV로 한국의 숭례문이 불타 한국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는 광경을 봤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해못하겠더라. 왜 우는지”라고 말했다. 이어 “국보 1호라던데 500년 된 건물이더라. 이탈리아에는 2000년 된 건물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그에게 한국알릴 기회다 싶어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특히 숭례문의 문화재로서 의의와 가치, 한국인에게 숭레문은 어떤 존재인지를 한참 설명했다.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이번에는 대뜸 “피맛골은 어디냐”고 물어왔다. 서울도심재개발로 거의 사라졌다고 하자 그는 다시 고개를 가우뚱했다. 또다시 도심재개발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그는 “한국사람들은 한쪽에선 통곡하고 다른 쪽에선 철거하고 그러냐”고 되물었다. 피맛골도 문화재로 생각하는 듯 보였다. 여전히 피맛골에 대한 아쉬움이 얼굴에 묻어났다. “관광안내도에 피맛골이 있었는데~ 남대문시장은 아직 있겠죠?”
정말 피맛골은 사라졌다. 팻말만 남아있을 뿐 서울 종로1가 피맛골은 우리곁에 없다.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 도심개발정책으로 철거된 후부터다. 종로2가 뒤편도 인적이 뜸해졌고 파고다공원 뒤다. 하지만 예전 피맛골 풍경은 아니다. 팻말만 남아 흔적만 짐작케한다.
그 이탈리아 기자는 갑자기 피맛골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피맛길은 그 말대로 피마(避馬)하는 서민길이었다. 고관대작 행차를 피해가는 고달픈 뒷길이었다.그곳에서 몇푼 안들이고 국밥집과 빈대떡집, 생선구이집에서 그들은 하루 시름을 달랬던 모양이다.
돌이켜 보면 피맛골은 사람냄새가 물씬났다. 매운 연기속에 보이는 국밥집과 빈대떡집,생선구이집들중에는 반드시 우리 일행 누군가 단골이었다. 넥타이 맨 회사원들이 어울려 동료의 정을 나눴다. 그곳은 지친 하루를 달래는 뒤풀이 공간이었다.
뒤늦게야 서울시가 도심재개발을 보다 신중히 하겠다고 했다. 피맛골 상인들이 인근 르메이에르 빌딩으로 입주했다가 송사에 휘말려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더구나 뉴타운 개발 열풍의 후유증은 여기저기 상처로 남아있다. 아파트공화국이란 말에 걸맞게 온통 시멘트를 발라놓았다. 시멘트 내구연한이 20~30년이니 지금 번듯하게 신축한 빌딩이나 아파트 30년 이내에 헐고 새로 지어야한다.
지금 우리는 자식들에게 무엇을 물려줄수 있을까. 나아가 우리 후손들은 200년, 아니 100년 후 한국은 외국인에게 뭘 관광상품으로 보여줄까. 김동진 명창의 소리가 크게 들린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김경호 논설위원 겸 방송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