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음독 사유…유족-경찰 공방

밀양송전탑 음독 사유…유족-경찰 공방

기사승인 2013-12-08 16:02:00
[쿠키 사회] 경남 밀양시 송전탑공사 인근 마을에서 숨진 주민 유한숙(71)씨의 음독 이유를 놓고 유족들과 경찰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씨 유족들은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인은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경찰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음독 원인을 왜곡하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경찰은 음독직후 병원에 후송된 고인을 통해 ‘송전탑 때문에 음독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본질을 흐리거나 음독이 송전탑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음독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가정불화와 관련해 “고인이 음독한 당일 김장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을 했을 뿐, 별다른 가정불화는 없는 상태며 어느 집안이나 사소한 다툼은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또 유씨가 당시 술을 마셔 우발적으로 음독했을 것이란 경찰의 추측과 관련해서도 유족들은 “입원하고 나서 잠시 의식이 있었을 때도 ‘765㎸ 송전탑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계속 음독 원인을 본질과 다르게 언론에 배포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장례 일정 및 절차와 관련해 “장례 일정을 연기했다”며 “시신은 병원에 안치한 가운데 빈소는 9일까지만 운영하고 이후에는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밀양경찰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족의 최초 진술 등을 토대로 판단해보면 유씨는 음주, 돼짓값 하락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가 평소에 술을 마신 후 버릇처럼 ‘죽겠다’는 말을 했고 음독 당일에도 종일 소주를 3병 이상 마신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또 “돼지가격이 하락하고 축사도 잘 처분되지 않아 고민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같은 경찰의 설명은 송전탑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고 이치우(74)씨 사태와 비슷한 일이 재발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자살한 유씨의 장례는 같은 해 3월 치러졌고 송전탑 공사도 이후 3개월 동안 중단됐다. 밀양=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윤봉학 기자
yj311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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