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지난 17일 “시민단체와 각종 협회, 해외 방송사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지지하고 있다”며 총 26개 단체의 이름이 적혀있는 성명서 8건과 KBS 시청자네트워크 등 내부 관련 기관의 성명서 3건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해당 단체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인테리어 25시 봉사단, 한국서비스 산업진흥원,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이주여성 봉사단체 물방울나눔회, 톡투미, ARD(독일연방공화국 공영방송컨소시엄), 대한체육회, 한국방송작가협회 등이다.
성명서에 따르면 이들은 “공영방송의 충실한 역할을 위해 수신료 현실화는 필요하다”며 KBS 수신료 인상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일부 단체는 “KBS가 외부 기관·단체 등과 노력해 소외된 계층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을 축소해야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발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단체의 경우 성명서를 낸 것조차 파악하지 못하거나 KBS가 이들 단체에 성명서 발표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관계자는 18일 “성명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며 “우리와 관련도 없는 내용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힐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가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성명서의 경우 이주여성 단체인 물방울나눔회, 톡투미와 함께 발표한 형식인데 다른 성명서와 달리 직인이나 담당자 이름도 없는 사실상 유령문건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도 “KBS 측에서 먼저 성명서를 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다”며 “평소 난시청 해소 업무와 관련해 접촉이 있고 해서 KBS 실무자와 내용을 협의해 발표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KBS측은 “외부 기관들이 지지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해 취합하고 배포한 것 뿐”이라며 “장애인이나 이주여성 등은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KBS와 연을 맺었던 계기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BS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부과 대상을 TV 이외에 태블릿 PC와 휴대전화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 “중장기적인 정책 건의였을 뿐 이번 수신료 인상안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류현순 부사장은 “한 가정에 TV가 여러 대 있어도 한 대에만 수신료를 부과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수신료를 많이 받으려는 KBS의 꼼수라는 반응이 많은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 10일 현행 2500원의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조현우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