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조선시대 왕실 공급용 자기가 제작됐던 수유동 분청사기 가마터가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다.
시는 서울역사박물관에 의해 정밀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2011년 5∼11월)가 실시된 북한산 수유동 분청사기 가마터를 시 문화재로 지정, 보존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이르는 시기에 형성된 이 가마터는 왜구 침탈 등으로 강진 등 전라도에 있던 청자 생산체계가 해체된 뒤 서울에 자리 잡은 요업(窯業)의 흔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는 수유동 분청사기 가마터에서 출토된 명문(名文)자기 등으로 미뤄볼 때 관요(官窯·관청에서 쓰는 사기 제작을 위한 제조장)가 설치되기 이전 한성부 내 덕천고와 같은 왕실 공급용 창고 및 의례와 관련된 자기 제작이 이뤄졌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왕실 공급용 자기가 제작된 가마터는 주로 전라도 및 경상도 지역으로 인식돼왔다.
시 문화재위원회는 이 가마터에 대해 “조선 초기 한양을 소비지로 하는 북한산 일대 가마의 전모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상감청자에서 분청사기로 넘어가는 도자 생산의 변화 양상을 밝혀준다”며 “경제사적으로 조선시대 관요 성립 이전 서울지역 도자의 수급체계 추적의 단서를 제공하는 중요한 유적이므로 기념물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고 의결했다.
현재 수유동 분청사기 가마터는 발굴조사 이후 보존을 위해 흙을 덮어놓은 상태여서 외부에 노출돼있지는 않다. 시는 이 가마터에 대한 문화재 지정계획을 26일 공고하고 내년 1월 26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2월 중 시 문화재로 지정, 고시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재 지정 후에는 등산로를 우회시켜 가마터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주변 일대를 정비해 문화재 현장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서울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담긴 문화유산들을 적극 발굴해 문화재로 지정, 철저한 보존·관리를 통해 후세에 길이 남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