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나환자를 자기 몸처럼 사랑했던 사람. 고(故) 손양원 목사(1902~1950)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성탄 특집으로 방송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하룻밤 파티로 크리스마스를 소비하는 요즘 세대에게 손 목사의 삶은 깊은 울림이 됐다.
26일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7.5%(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남자’(19.4%)에는 못 미쳤지만 MBC ‘미스코리아’(7.7%)와는 차이가 없었고, KBS ‘예쁜 남자’(4.8%)에는 크게 앞섰다. 온라인 상에서도 그의 삶이 다시 한 번 회자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된 성탄 특집 다큐멘터리 ‘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은 그의 일생을 찾아가 본 작품이다. 전남 여수 애양원부터 일본 도쿄까지 손 목사의 발걸음을 따라가면서 그의 삶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나 화면에 담았다.
1902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손 목사는 마흔 여덟 해의 짧은 생을 살았다. 고학으로 일본 유학을 다녀온 그는 26년 부산 감만동교회에서 나환자들을 대하며 그들을 위한 삶을 꿈꾸게 됐다.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뒤 여수 애양원에 부임해 나환자에게 평생을 바쳤다.
그는 1948년 10월 ‘여순사건’에서 두 아들을 잃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총으로 쏜 원수 청년을 위해 구명운동을 벌이고 양자로 삼았다. 나환자들을 두고 피난할 수 없다면서 애양원을 지키다 전쟁에 휩쓸려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증언자인 김판임(87) 할머니는 방송을 통해 “자식도 하지 못하고, 형제도 하지 못하는 나환자 상처에 입 대고 빨아내는 일을 해냈다”며 당시 손 목사와의 일화를 설명했다. 권모(91) 할머니도 “가만히 앉아서 기도하다가도 나환자들한테 베푼 사랑을 생각하면 ‘목사님을 언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그 말이 저절로 나온다”며 손 목사를 그리워했다.
손 목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제작진은 “나환자들과 함께 생활한 손 목사의 모습, 순교 상황을 말해줄 증언자가 절실했지만 고령으로 대부분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다”며 “프로그램 제작 소식이 알려지고 증언자들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수소문 결과 제작진은 여수 애양원에서 손 목사에게 직접 세례·학습을 받은 나환자 노인을 만났고, 학적부와 주소지를 추적해 손 목사의 둘째 아들 친구이자 손 목사의 순교상황을 본 유일한 증언자도 찾았다. 미국 뉴욕에선 두 아들의 마지막을 목격한 인물의 인터뷰도 담을 수 있었다. 이들의 소중한 증언과 손 목사의 첫째 딸 손동희(81) 여사의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는 손 목사의 삶 전반을 사실적으로 담아 낸 수작으로 탄생했다.
성탄의 밤. 제작진이 손 목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일본에 저항해 신사참배를 거부한 독립운동가, 나환자들의 친구, 원수를 용서하고 양자로 삼은 성자. 그게 전부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지나간 시대의 성자나 위인으로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속에 살아있는 대답으로 손양원의 사랑을 보셨으면 합니다.”(권혁만 PD)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