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언론 '아베 신사참배' 성토

세계 주요언론 '아베 신사참배' 성토

기사승인 2013-12-29 17:15:00
[쿠키 지구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언론도 기사와 사설을 통해 동북아의 긴장을 높이고,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며 성토했다.


◇미국 언론, “아베, 쓸데없는 도발로 새로운 골칫거리”=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역내 긴장을 높이는 쓸데없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고, 특히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야스쿠니 참배가 이런 분위기를 망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오키나와현의 미군 후텐마 비행장(공군기지) 이전 승인으로 미·일간 군사동맹이 한층 강해질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참배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도발(provocation)’로, 아베 총리의 국제적 입지와 일본의 안보를 더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최근 중국과 북한의 호전적인 행동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가 군국화를 추진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이런 정책을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제국주의 향수로 연결시키면서 스스로 명분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일본 총리가 평화주의에서 분명히 멀어졌다’는 기사에서 “일본이 미국의 신뢰할만한 동맹국이 아니라 점차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의 저명한 철학자인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의 말을 인용, 아베 총리의 최근 행보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집권 이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 경제 회생과 최근의 우경화 행보는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많아 아베 총리가 위험천만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일본의 우경화 정책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아베 총리의 목표인 일본경제 회생에 심각한 타격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는 미국과 일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패권국가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최근 일본의 군비 확장을 지지해왔지만 최근 일본의 움직임은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독일 언론, “아베, 민족주의 성향 이용해 이득 보고 있다” 비판=중도 보수 성향의 독일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도 28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이 이웃국가들, 특히 중국과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아베 총리는 여당 내부에서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자신의 민족주의 성향을 이용해 이득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도 진보 성향의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계산된 도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한국과 중국 지도자 모두 향후 자신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일본 외무성이 총리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한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한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일본 경제에 생존이 달렸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과의 화해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경제부흥도 우선순위에서 한 단계 아래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7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과거에서 비롯된 긴장관계가 아직도 이 지역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상대방이 갖고 있는 감정, 특히 희생자에 대한 기억에 예민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지도자들은 이 점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배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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