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관계자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겠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유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릴 정도로 친박의 핵심인 데다 행정부처 고위공무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이기 때문에 발언에 한층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 1급 공무원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 장관은 시무식을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급 일괄사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공직이기주의를 버리고 철밥통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신분보장이 사실상 되지 않는 1급 공무원에 대해 각 부처 장관들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셈이다.
국정 쇄신을 위해 인사의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는 고위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가 자주 도마에 올랐다. 국정 목표 추진이나 철도파업 등 국가적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 부처가 적극 협력해야 하는 데도 부처별 칸막이에 갇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유 장관의 발언은 집권 2년차를 맞는 박근혜정부가 공직사회의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해 1급 공무원 인사를 단행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 부처 1급 공무원 일괄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가급 인사는 각 부처 장관에 의지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며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일부 부처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달 중 나올 예정인 새 정부 첫해 국정과제 수행평가 결과 등이 부처별 가급 공무원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무총리실과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이 중심이 돼 평가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